안홍철 KIC 사장 "메릴린치 지분 당분간 보유키로"

입력 2014-11-24 14:23
매각시 손실액 8천억원·투자수익률 -36%…"주가 반등 가능성 있어"메릴린치 투자책임론 해명…"감사로서 투자반대 입장 밝혔다"



한국투자공사(KIC)가 보유 중인 뱅크오브아메카(BoA) 메릴린치 주식을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매각 시 확정되는 투자 손실이 8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BoA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안홍철 KIC 사장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BoA의 영업과 재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가 전망이 긍정적인 것으로평가됐다"며 BoA 주식을 당분간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KIC는 2008년 1월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메릴린치는 BoA에 합병되면서 파산 위기를 넘겼고 이에 따라 KIC도 BoA 주식을 갖게 됐다.



이후 BoA 주가가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달 말 현재 메릴린치 투자 지분에대한 손실액은 7억2천만달러, 누적 수익률은 -35.82%다. 투자 당시 평균 취득단가는주당 27달러였지만, 현재 주가는 17.12달러(23일 기준) 수준이다.



7년 가까이 원금도 회복이 안 되자 일각에선 KIC가 BoA 지분을 손절매하고 더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종목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안홍철 사장은 "금융주 가운데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웰스파고로 투자처를 옮기려 했으나 가격이 높아 오히려 손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앞으로 미국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면 부실채권비율이 개선돼 BoA의 대손충당금 지출도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6월께 인상되면 예대마진 또한 개선될 수 있다"며 "앞으로 BoA의 실적 개선 여부를 점검하면서 투자 대안 모색 등 손실 최소화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안 사장은 메릴린치 투자에 대한 '책임론'에 대한 해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투자 결정을 위한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던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심의관(국장)의 입김으로 투자 반대 기류가 뒤집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올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안 사장이 메릴린치 투자가 이뤄진 당시 KIC 감사였던 점을 들어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었다.



안 사장은 "메릴린치 자체는 좋은 회사지만, 시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늦춰야 한다고 당시에 분명히 의사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의 광분한 상태로 메릴린치 투자를 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갔지만, 재경부 국장이 운영위원회 정회를 요청한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을 어떻게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는 발언권만 있고 투표권은 없어 메릴린치 투자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며 "투자 손실을 내 큰 심려를 끼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그간 논란이 돼온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퇴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사장은 지난 대선을 전후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을 비난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기적으로 올려 야권의사퇴압박을 받아왔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담고 있었는데, 지지율이 박빙이다 보니 승부사적 기질이 발동했다"며 "익명성에 기대 지나친 행동을 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KIC는 주식과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 세계 국부펀드·연기금과의 공동투자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