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美금리인상·엔저·中경기둔화 등 '첩첩산중'
새해가 다가오면서 경제연구기관들이 잇따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대다수 연구기관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정부의 4.0%보다 낮은 3%대 중후반을 제시하고 있어 저성장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디플레이션 논란이 가열될수 있으며 일자리 사정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여건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엔저, 중국의 경기 둔화 등 위험요인이 즐비하다.
내부적으로는 가계 부채, 내수 부진 등의 위험 요소가 있어 내년 한국 경제는지뢰밭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년에는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올해보다 안 좋을 수는 없겠지만 저성장, 저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아득한 4% 성장…저성장 지속 가능성 내년 경제 성장률은 올해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심할 수 없다.
현재까지 정부는 내년 성장률을 4.0%로 잡고 있다. 올해보다 0.3%포인트 높다.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9%로 올해보다 0.4%포인트 높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은 3.9%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3% 포인트 올라가는 3.8%, 한국경제연구원은 0.2% 포인트 높은 3.7%를 각각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현실로 이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 모두 내년에도 한국과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계속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과 OECD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0.1% 포인트와 0.4% 포인트 낮췄다.
정부도 다음 달에 발표할 계획인 내년 경제운용방향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저물가 기조를 이어가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전망치와 같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다수 연구기관의 전망치가 정부보다 낮아 4% 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 고용시장 전망 '흐림' 내년 고용시장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성장률이 3%대 중·후반으로 기대되는만큼 고용시장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는 올해에 미치지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경기 회복세가 그리 가파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엔화가치 약세, 유럽·중국의 성장 둔화 등 악재가 겹친데다 내수 회복세 역시 미흡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말로 향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적이 나빠진 데 더해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게 감축 배경이다.
고용시장의 상대적인 약세를 점치는 또 다른 이유는 올해 고용시장이 예상보다호조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통상 고용시장은 신규 취업자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로 보는데, 올해 50만명대를크게 상회한 만큼 내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에는 1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70만5천명, 2월 83만5천명, 3월 64만9천명에 달할 만큼 고용이 호조였다. 내년 1분기는 상대적으로 고용지표가 좋지 않을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점 등을 반영해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연간 취업자 증가가 올해 50만명에서 내년에 45만명으로 줄어든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52만명인 신규 취업자가 내년 35만명으로 대폭 감소할것으로 내다봤다.
◇ 물가 상승률 1%대 늪에서 탈출할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26개 해외 투자은행(IB)과 경제예측기관이내놓은 한국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2.2%였다.
하지만 이들 중 9곳은 내년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를 제시했다.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임금 상승률 둔화, 국제유가 하락 등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유가하락 등의 공급요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 부진이 저물가의 원인"이라며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내년에도 1%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농산물가격 상승과 경기활성화 정책 등으로 내년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저물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 전망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계속되겠지만 규모는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흑자 폭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의 799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클 것으로전망되는 만큼, 내년에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로 전망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내년에는 GDP 대비 4.4%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는 흑자 규모가 840억달러에 달하겠지만 내년에는 700억달러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올해 내수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던 점이 경상수지 대폭 흑자에 영향을 미친만큼, 내년에는 내수가 어느정도 살아나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약한 세계 경기 회복세와 엔저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유가 하락세로 인한수입 증가 등도 흑자 폭 축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실장은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가공무역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줄어680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엔화 약세, 세계경기 회복세 미약 등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외여건, 오리무중…엔저, 내년에도 한국 발목 잡을 듯 저성장, 저물가 등 내부 위험도 많지만 대외여건도 첩첩산중이다.
전문가들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오리무중'이라고 대외여건을 설명했다.
내년 세계 경제는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하방위험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 중국, 일본 등 나머지 주요국의성장세는 부진하다.
경기의 비동조화는 정책의 비동조화로 연결돼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정책효과가 맞물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내년 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은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서의 자본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이 오면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충격을 받을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기준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인 가계부채를 건드릴 수 있다.
엔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소비세 추가 인상을 연기하고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해 엔저가 심화될 수 있다. 소비세 인상이 미뤄지면 일본이 양적완화를 지속하거나 추가 양적완화로 물가를 올려 조세 수입을 늘리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원·엔 환율이 내년 4분기에 100엔당 875원까지 내릴 수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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