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 줄어드는데…인건비 부담은 커져
은행권의 경영여건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저금리와 저성장세로 수익성은 나빠지는데 급변하는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전통적인 은행 점포를 통한 생산성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하락에도 불구하고 중간 관리자급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 탓에 인건비 부담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은행 1인당 순익 6천400만원…3년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에 따라 순익에 대비한 인건비 수준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은행의 생산성 하락은 기본적으로 초저금리에 따른 예대마진 하락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만 해도 2.81% 수준이었으나 2010년 2.32%를 기점으로 하향 추세를 보여 올해 상반기에는 1.81%로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경영여건 변화에도 고인건비 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 보니 직원이벌어들이는 수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SC·씨티 등 7개 주요 민간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순익은 2011년 1억4천300만원에서 2012년 9천600만원, 2013년 6천400만원으로줄었다.
3분기 실적을 토대로 추산한 2014년 1인당 순익은 8천700만원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이전 실적을 회복하기에는 미흡한 상황이다.
반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11년 6천300만원에서 2014년 7천900만원(3분기 실적으로 추산)으로 오른 상태다.
◇수익 줄어드는데 고비용구조 지속…인건비 비중 美·日 추월 국내 은행의 고비용 구조는 주요국 은행과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1년 25.7%에서 2012년 29.3%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3.1%까지 올랐다.
반면 미국 상업은행은 같은 기간 인건비 비중이 27.3%에서 27.8%, 28.3% 증가했으며, 일본 주요 은행은 26.5%에서 26.8%, 27.1%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2012년을 기점으로 국내 은행의 총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미국과 일본의 은행을 추월한 것이다.
전체 판매관리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기준 미국과 일본은 각각45.8%, 45.9%인데 비해 국내 은행은 60.5%로 높았다.
고인건비 구조가 은행의 수익 구조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진 가운데 전통적인 대면(對面) 영업채널인 은행 점포의수익성도 크게 악화했다.
6월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총 7천451개로, 은행별 부실 점포 통폐합을 통해 2012년 대비 247개(3.2%)가 줄어든 상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포당 당기순이익은 작년말 기준 5억9천만원으로, 2011년(19억1천만원), 2012년(12억2천만원) 대비 급감했다.
반면 작년 기준 점포당 판매관리비는 전년보다 1.1% 늘어난 26억6천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국·은행 고비용구조 해결 시동…"IT 발달 고려한 점포 변신 시급"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이런 고비용 구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은행 혁신성 평가 방안에서 은행권의 '총이익대비인건비 수준'과 '임원 보수 수준'을 비교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이 금융환경 변화에 맞지 않게 혁신에는 뒤처지면서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유지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은행권도 수익 악화와 인적 구조의 고령화로 기존 인력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을 인식하고 희망퇴직 확대 등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걸쳐 희망퇴직이나 특별퇴직 인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실시된 희망퇴직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 될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고려할 때 희망퇴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만,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T 기술 발달로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영업채널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은행 점포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은행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채널의 혁신이요구되고 있으며 해외 은행들은 이미 채널 효율화를 위해 변신 중"이라며 "국내 은행들도 효율적 채널 및 점포 전략을 연구하고 당국도 이에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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