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27일 박진회 수석부행장(기업금융그룹장)을 신임 행장으로 임명하면서 새 행장 체제 아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됐다.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가 씨티에 인수된 이후 하영구 전 행장만을 수장으로 둬 왔다. 합병 이후 10년 만에 첫 행장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금융권은 박 신임 행장의 과제로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빠진 한국씨티은행의 수익성을 어떤 식으로 만회할 것인가를 꼽고 있다.
한국씨티금융은 지난 2분기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원들의 대규모희망퇴직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고려하더라도 씨티은행의 영업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작년 말 기준 0.13%로 시중은행 평균(0.34%)에 크게 못 미쳤다.
다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작년 말 기준 1.33%로 시중은행평균 4.57%를 크게 밑돌았다.
하 전 행장은 실적 부진과 관련해 "글로벌 은행으로서 본사의 영업전략을 따라야 하다보니 다른 국내 시중은행들과 비슷한 영업 전략을 취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수익성 강화와 함께 사업 구조조정 마무리도 박 신임 행장 앞에 놓인 숙제다.
미국 씨티그룹은 최근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매각해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에만집중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캐피탈사를 매각하면 국내 씨티그룹 계열사는 씨티은행만 남게 된다.
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은 최근 합병 절차를 진행해 금융당국으로부터 합병 인가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몸집을 슬림화한 한국씨티은행이 영업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당분간 실적 부진을 크게 개선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려운 경영여건 아래서 박 신임 행장이 어떤 경영전략을 펼칠지가 금융권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박 행장 체제에서 씨티은행이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것으로보기도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워낙 오랫동안 부행장으로 근무하며 기업금융 부문을 책임져 온 데다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씨티그룹의 특성상 앞으로 영업전략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발등 앞에 놓인 숙제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박 행장의 임명을 반대하며 이미 27일 아침부터 출근 저지투쟁에 들어갔다. 노조는 본점 로비에 천막을 치고 사퇴 시까지 퇴진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박 내정자는 중견기업 대출을 자신의 관할 아래로 가져와서는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더구나 소비자금융을 알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칠 리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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