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을 80달러(1961년)에서 2만6천달러(2013년)로 325배 불린 세대.
"오로지 일, 일, 일 그리고 수출, 수출, 수출만이 인생을 사는 목표이자 보람"이었던 세대. 그럼에도 지금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구닥다리'로 여겨지기도하면서 살아가는 세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현장에서 30년간 있었던 공직자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예찬하고 위로하는 책을 냈다. 이철환(59)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펴낸 '중년예찬'(나무발전소)이다.
이 전 원장은 대학재학 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1977년부터 2008년까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이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을 거쳐지금은 하나금융연구소 초빙위원, 단국대 경제통상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학교에서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에게 옥수수 빵을 나눠줬던 시절부터 모랫바람 부는 중동 건설현장과 민주화 물결, 외환위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는 7080세대 삶의 궤적을 담담하게 훑는다.
7080세대라면 "그땐 그랬지"라며 고개를 끄덕일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그는 "중년들이 가족과 나라를 위해 바친 열정, 희생을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월이 지나 여유가 생긴 중년들과 당시로선 가슴 아팠던 일을 담담히회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나누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 전 원장은 중년을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이라고 표현한다. 차분히 생각하는여유 속에 깊어진 계절, 다소 둔탁하지만 부드럽고 중후한 소리를 내는 첼로 같은아름다운 시기라는 것이다. 책 표지에도 이 전 원장이 직접 찍은 가을 길의 사진을담았다.
그렇다고 이 전 원장이 무턱대고 중년들을 예찬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지만 좋지 않은 유산도 적지 않게 남겨놨다는자성의 목소리가 강하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도덕 불감증과 적당주의, 부정과 비리가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유산이라고 개탄한다.
그는 또 "부동산 투기심리가 근절됐다고 생각해서는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이) 언제 또 고개를 쳐들고 나올지 모른다"면서 "그럼에도부동산을 내수 진작책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정책을 펴서는 곤란하다"는 쓴소리도 담았다.
통일에 관심 없는 젊은 세대에 대해서는 "중년들이 젊은이들에게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한 측면이 크다"고 자책하면서 "기성세대가 지금부터라도 통일의 의미와 득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심어줘야 한다"고 한다.
중년의 삶은 잘 가꿀 때만 빛을 발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힘을 쓰다 보면 '힘든 사람'이 된다"면서 '내려놓음'을강조하는 식이다.
이 전 원장이 꼭 중년을 위해서만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중년들의 행적을 돌아보면서 잘못된 점은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참고로 삼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제와 문화의 접목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병든 경제 힐링 문화'(가제)라는 또한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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