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엔화 약세는 韓경제에 타격 불가피>

입력 2014-09-28 06:05
엔화 약세 벌써 만 2년…당국도 우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4번째인 이번엔화 약세기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현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2012년 9월을전후로 본격화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만 2년을 지나 3년차로 접어든 셈이다.



문제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본격화된 이번 엔화 약세기가 장기화되면서 원·엔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점이다.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되면 지난 2년과는 달리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엔저 더 심화하면 한국 경제 성장률도 낮춰 추가적인 엔화 약세가 예상되면서 정책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 환율 문제는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한국은행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엔 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엔화 약세가 이미 2년간이나 지속된 가운데 일본이 추가로 완화적인통화정책을 펴면 원·엔 환율이 더 하락하면서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산 제품의수출 경쟁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경제정책포럼 주최 세미나에서도 "일본이 (통화정책에 대해) 추가 완화 조치를 펴면 원·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은 일본 기업들이 수출단가 인하 등 공격적인 태세를 본격화하지 않았지만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의 엔저에 힘입어 쌓은 수익을 바탕으로 가격 인하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발언이다.



실제 도요타는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역대 최대의 순이익을거뒀다. 순이익은 1조8천231억엔(당시 환율로 18조3천331억원)으로 전년도보다 89%나 증가한 수준이다.



아시아금융학회와 최근 원·엔 환율 관련 세미나를 연 한국경제연구원은 원화가치가 엔화에 대해 연평균 5% 추가 절상되면 한국의 수출이 1.14% 줄면서 성장률을0.27%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 아베노믹스 엔저 3년차로…당국 고민 깊어져 아베노믹스에 영향을 받은 이번 엔화 약세기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4번째다.



1차는 1980년대 후반, 2차는 역플라자 합의 직후인 1990년대 중반, 3차는 2000년대 중반이다.



이번 엔화 약세기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2012년9월을 전후로 본격화됐다.



아베 내각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시점은 같은 해 12월이지만 양적완화를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그전부터 시장에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5월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엔화 절하기의 시점을 2012년 10월로 평가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5월 '엔화 가치 급락과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엔화 약세기의 시점을 2012년 9월로 잡았다.



이와 관련,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엔저 기대감은 아베 내각 출범 전부터 시장에 반영됐다"며 "본격적인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기준으로 이번엔화 약세기의 시작 시기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시점이 어떻든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화 약세기는 이제 3년차를 맞아한국 경제에 위기 요소로 떠올랐다.



당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국내에 원·엔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뾰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일본의 양적완화에있는 만큼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더 돈을 풀고 원·달러 시장에 적극 개입해 엔저 폭만큼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금리 정책을 쓰면 부채 증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묘책이 절실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