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주도로 28개 국부펀드·연기금 협의체 조직"투자정보 나눠 수익률 높이자"…공동투자 첫걸음
"한국의 첨단기술과 인프라산업 구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지 파트너와 함께 한국 투자처를 모색하고 싶습니다."(키릴 드미트리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 "한국 인프라 투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실제로 투자에 나서진못했습니다. 연기금·국부펀드들의 협의체 구성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좋은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애드리언 라이더 호주 퀸즐랜드투자공사(QIC) 최고투자책임자) 세계 28개 연기금·국부펀드의 모임인 '공공펀드 공동투자 협의체(CROSAPF)'를출범시키려고 서울에 모인 해외 국부펀드 경영진들이 12일 한국 인프라 투자에 대한의지를 드러냈다.
CROSAPF는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주도해 만든 것으로, 세계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투자관리청(NBIM), 일본 공적연금(GPIF) 등 '큰 손'들이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굴리는 자산 규모는 합쳐서 5조3천억달러(약 5천490조원)를 넘어선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4.5배 규모다.
각국 공공펀드는 전날 열린 출범식에서 CROSAPF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체결하고, 앞으로 투자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공동투자 위한 첫걸음을뗀 셈이다.
그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주도로 국부펀드 협의체가 만들어진 적은 있었지만실제로 공동투자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자산이 720억달러(약 74조원)로, 국부펀드로선 비교적 규모가 작은 KIC가 앞장서 협의체를 만든 것은 개별 펀드만으로는 집행하기 어려운 대형 해외 투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아이디어에 많은 국부펀드·연기금이 공감해 협의체 구성이 성사됐다.
처음에는 운용 규모가 1천억달러 이하인 작은 공공펀드만 관심을 보였지만, 참여 의사를 보이는 기관 수가 많아지니 대형 국부펀드들도 하나 둘 참여하겠다고 했다.
안홍철 KIC 사장은 "공동투자 플랫폼의 장점은 한 기관의 독점이 어렵고 서로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자가 해당 국가의 투자정보를 공유하면 투자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보 격차를 축소해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CROSAPF의 설립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외국 공공펀드에 어려움에 부닥친 국내 기업을 투자처로 소개해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KIC가 기대하는 협의체 구성의 효과다.
라이더 CIO는 "한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매력적"이라며 "CROSAPF를통해 대규모 투자기회를 소개받고 싶다"고 말했다.
락시미 벤카타찰람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는 "2030년까지 아시아에 매년 8천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ADB가 CROSAPF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 자금조달을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CROSAPF 참여 기관들은 매년 두 차례 모임을 열기로 했다. 각 기관 CIO가 중심이 된 실무모임도 구성한다. 이들은 내년 11월 인천에서 다시 모인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