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커지는 대(對) 중국 의존도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중국 경제가 악화하면 한국 경제가 고스란히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실물과 금융부문에서 동시에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중국에 동조화되는 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가 10%대 성장을 멈추자 한국 경제성장률도 2∼3%대로 떨어졌고, 중국경제 경착륙 우려가 지속되는 동안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실물·금융 두 부문에서 의존도가 동시에 커지면 부정적 파급 효과가 증폭될 위험성이 있으며, 특히 금융분야에서 중국발(發) 리스크에 대비한 안전판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국발 호·악재에 울고 웃는 한국 경제 한국과 중국의 '경제 동조화'를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것은 경제성장률 추이다.
중국 경제가 2007년 14.2%의 고성장을 구가하자 한국 경제도 5.5% 성장했고, 중국이 2010년 10.4% 성장하자 한국은 6.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0년 11%에 불과하던 대(對)중 수출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대를 넘어서자 중국 경제의 순항에 한국도 쾌재를 부를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중국의 성장률이 7.7%로 하락하자 한국 성장률은 2.3%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는 중국이 7.7%, 한국이 3.0% 성장했다.
대중 수출 비중은 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높아져 지난해 26.1%를 기록했다. 중화권 경제에 대한 수출 비중은 홍콩 경제까지 포함하면 30.1%에 달한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액도 2002년 36억 달러에서 2013년말 550억 달러로 15배로 급증했다.
실물 경제가 동조화 경향을 보이자 주가·환율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 금융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 주식 투자자들이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확인하는것은 미국 증시였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와 경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에는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거침없이 상승했는데도 코스피는 2,000선 돌파조차 힘겨워했다.
반면, 코스피는 중국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가 발생하며 연쇄부도 우려가 커지자 하루에 3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중국발 악재와 호재에 울고웃었다.
◇ 한국 금융시장 '접수' 시작한 중국계 자본 금융 부문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여지가 적지 않다.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되는 중국계 투자자금 규모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계 자금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4천120억원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국가별 누적 순매수액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중국인들은 올해 1분기에만 국내에서 보유 토지를 78만㎡ 늘리며 부동산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1분기 중국인 보유 토지 증가분은 미국인(42㎡), 유럽인(33만㎡), 일본인(4만㎡)에 비해 월등히 많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 공적부문에서 해외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 민간 부문의 해외 증권투자에 대한제한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여서 민간자금도 해외 자산 투자를 빠르게 늘리는 모습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계기로 성사된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편의성이 높아져 금융거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들은 한국과 중국 간 금리차를 이용한 위안화예금 영업 등을 강화해 눈에 띄는 실적을 내고 있다.
국내 진출 5개 중국계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억4천816만달러로 중국에 진출한 11개 국내 은행 순이익 4천42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중국 결제대행서비스 업체인 알리페이가 한국 진출을 시도해 국내 카드사들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중국 카드업체인 은련카드는 지난해 한국법인 설립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문제는 금융시장의 중국 의존도가 커질수록 충격이 발생했을 때 중국 투자자들이급격히 투자자금을 빼낼 위험성 또한 커진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실물과 금융의 두 가지 경로로 국내 경제에 파급 효과가 퍼질 수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무작정 중국계 자본에 문을 열어줄것이 아니라 단기에 차익만 챙겨 빠져나갈 소지가 있는지, 기업의 경우 영업 행태는어떤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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