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관제 금리' 논란…통화정책과도 엇박자>

입력 2014-07-16 06:09
은행들이 특별판매(특판)로 12만명에게 12조원을 연 3% 고정금리로 빌려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전형적인 관(官) 주도 상품이다.



다가올 금리 상승기에 이자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상품은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그러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게 책정돼 결과적으로 시장 금리가 왜곡되는결과를 낳았다. 특판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대출자에 대한 역차별 소지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서 이 상품의 판매를 독려했지만,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마저 내비치고 있다.



금융정책이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낸 것으로 비칠 여지도 없지 않다.



◇판박이 혼합형 대출…"잉크 값도 안 남을 역마진" 은행들이 특판 경쟁을 벌인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관 주도 상품의 특성상 판박이처럼 상품 구조가 똑같다.



16일 이들 은행의 상품 약관에 따르면 혼합형 대출은 최초 고정금리(3년, 5년,7년) 적용 후 대출 취급 3년, 5년, 7년이 되는 시점에 변동금리로 바뀐다.



대부분 5년 고정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분석해보니 통상 5년이 지나면 이사를 하면서 대출을 상환하거나 갈아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용 금리는 코픽스(COFIX·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 또는 금융채 유통수익률에가산·감면율(가산·우대금리)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국민·농협·외환·하나은행은 사실상 가산금리를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가산금리를 낮춘 4개 은행의 특판 금리는 사상 유례가 없는 연 3% 수준으로 낮아졌다. 신한·우리은행은 특판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특판은 역마진을 동반했다. 자금조달 원가 수준으로 금리가 책정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 초반 금리는 '서류 잉크 값도 안 남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도 생겼다. 역마진 상품이다보니 12만명에 이르는 대출자가 몰렸다.



◇일반 대출자 역차별 소지…금리인하와 엇박자 신한은행 관계자는 "역마진 상품은 늘 후폭풍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출자나특판 종료 후 대출자 입장에선 특판 수준의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앞으로 이런 특판을 또 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고정금리형 대출비중을 올해 20%, 내년 25%, 2016년 30%, 2017년 40%로 늘리도록 했다.



해마다 연말까지 금융위가 일률적으로 제시한 대출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의 고정금리 비중 목표치가 역마진 금리를 유도한셈"이라며 "사실상 창구지도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변동금리 대출자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고정금리 대출자는 배 아픈 일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성장경로에 하방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본다"는 등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기가 본격화하면 변동금리 중심의 가계부채 구조가 취약해질수 있다는 판단에서 고정금리(혼합형) 상품 판매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경우 단기적으로는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에 엇박자가 생기는 셈이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