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복합할부금융 존폐 놓고 여신금융업계 격론>(종합2보)

입력 2014-06-17 17:50
<<▲소비자단체 입장과 발언 내용 추가.>>카드·캐피탈·자동차 업계 사이에 대립 심화



지난해 4조5천억원이 넘는 시장 규모에 이용자가 15만명에 달했던 '복합할부금융'의 존폐를 두고 여신업계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17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삼성카드, JB우리캐피탈, 현대캐피탈, 삼화모터스, YMCA 등 카드·캐피탈·자동차업계·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복합할부 금융상품 존폐를 둘러싼 쟁점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복합할부금융은 고객, 자동차 제조업체, 캐피탈사 뿐 아니라 카드사가 계약에관여한다는 점에서 일반할부금융과 구별된다.



고객이 캐피탈사로부터 대출(오토론)을 받고, 카드사는 캐피탈사의 대출 승인을확인해 고객에게 '임시 한도'를 부여하고서 구매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반할부금융은 고객이 캐피탈사에 할부를 신청하면 캐피탈사가 자동차업체에 구매대금을 주고, 캐피탈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 기간에 걸쳐 이자와 함께 대금을 분할 상환받는다.



2009년 롯데카드와 아주캐피탈[033660]이 제휴해 복합할부 상품을 처음 출시한이후 현재 6개 카드사와 7개 캐피탈사(KB, JB우리, 아주, BS, 하나, 메리츠, KDB)가제휴해 복합할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복합할부 취급액 규모는 현대카드가 1조5천500억원(34.5%)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029780] 1조2천500억원(28.0%), 신한카드 6천600억원(14.8%), KB국민카드 3천600억원(8.1%), 롯데카드 3천600억원(8.1%), 우리카드 2천400억원(5.4%),하나SK카드 500억원(1.1%) 등이다.



복합할부와 일반할부는 고객이 카드사가 아닌 캐피탈사에 대금을 상환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고객으로서는 복합할부 금리가 일반할부 금리보다 1% 포인트 가량 낮아 유리하다.



카드사들이 자동차 업체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1.9%) 이윤을 통해 복합할부상품에 금리 인하와 캐시백 형태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영업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복합할부를 취급하는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동차 복합할부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 구매 결제수단 가운데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이라며 "이를 폐지하면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현대캐피탈은 복합할부 상품에는 불필요한 가맹점 수수료가발생하면서 시장 교란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복합할부 상품때문에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874억원에 달한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인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이를 카드사, 캐피털사, 자동차 판매직원이 분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영경 YMCA 팀장은 "모든 소비자 단체에 접수된 복합할부 관련 민원을조사했으나 접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소비자 관점에서 복합할부 상품은 금리혜택과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이날 "복합할부금융은 가맹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편법적인 상품"이라며 "현대차 등 많은 가맹점이 판촉 예산 가운데 많은 부분이 복합할부에 투입돼 현금할인 등의 저금리 상품을 못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상호 삼성카드 상무는 "신용카드의 본질이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소비자에게 무이자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같은 신용카드 사용에 어떤 재원으로 결제할 것인지는 가맹점 수수료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 상무는 "중소형 캐피탈사는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독점적 구조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생존을 도모한 일"이라며 "이런 금융산업에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으며 법리적인 문제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복합할부를 취급하는 카드·캐피탈사는 자동차 일반할부 시장에서 현대차[005380]가 차지하는 독과점적인 구조를 공고히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유익이 없었다면 연간 이용자 15만명에 4조5천억원이라는 시장이 형성됐겠나"라고 반문하며 "복합할부가 폐지되면 소비자 금리 인하 혜택은 사라지고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할부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판매를 실질적으로 중단한것은 작년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업무 기준 위반으로 기관경고와 과징금을 부과받은 직후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복합할부 실적을 본업인 일반할부 실적으로 계리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업계끼리의 대립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이런 쟁점을 포함해 법규 위반, 소비자 권익, 공정경쟁 및시장질서 측면에서 주제 발표를 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박사는 "근본적인 문제는 카드 결제로 수혜를 받는 사람과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적으로 카드산업에서 불필요한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던지, 가격차별화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를대폭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또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따지면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독과점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며 "현대차는 이런 문제를 풀고 소비자 효용을 높이려고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초 금감당국은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방침을 정해놓고 구색맞추기를 한다는 업계와 여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행사 시작 20여분 전에 공개로 전환했다.



앞서 금감원은 복합할부금융 중단 방침을 밝혔다가 중소 캐피털사의 항의에 직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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