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위원장 인터뷰>

입력 2014-05-12 06:08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해 공정거래 규범의 사각지대를 메우는작업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1년이 흘렀다. 소회는.



▲작년 4월에 처음 왔을 때 여러모로 시끄러웠다. 가격관리한다는 지적부터 인사청문회 통과, 솜방망이 처벌 지적까지 나왔다. 경제민주화 관련해서 한꺼번에 과제를 다할 수는 없었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통과시킨 것은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100% 만족은 못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관리가 이슈화됐다.



▲공정위의 위기관리 부분은 상조업체, 다단계판매, 하도급거래 지급보증 등이있다. 최근 규제완화 관련해 상조업체의 예치금을 깎아달라는 요구가 있는데 이를낮춰도 괜찮을지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 당장 리스크가 없다고 관리를 안 해서는 안된다.



--공정거래 제도개선에 주력하는 부분은.



▲계약은 없이 구도로 발주하고 취소하는 데서 생기는 불공정 행위가 많다. 그런데 우리 법체계가 계약 체결 이후에 생기는 문제들만 다루게 돼 있어서 계약 체결전에 생기는 행위 규제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하도급법이 계약서를 전제로 규정되다 보니 계약 예비단계에서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어렵다. 이를 확장하는 문제를 두고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물론적용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너무 확대하면 시장이 침해받을 수 있다. 어떤 분야로국한시키는가가 문제다.



--최근 TV홈쇼핑 비리 문제가 불거졌다. 해결방안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공급채널과 프라임타임은 한정됐기 때문에 거기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를 해도 재발할 수 있다. 대증요법으로 행태 규제만 규제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다른 부처의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다른 부처에 이런 측면을 신경 써달라 부탁을 많이 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CD 금리 사건은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어느 정도 증거가 있는 것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국가 경쟁력도 고려해야 한다.



--규제개혁은 어떻게 진행하나.



▲대통령도 회의석상에서 공정거래나 소비자보호,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은 규제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 규제는 이미 네거티브 규제로 돼 있다. 현재 규제완화가 추구하는 방향이 이것이다. 공정거래법 도입한 지 33년 됐으니까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개정해줄 필요가 있다. 기업 공시제도도 법 목적에 필요한 범위를 벗어난 것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비상장회사 임원변경 미신고가 주요 공시위반 사례인데 이는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편취와는 별로 상관도 없어 보인다.



--공정위는 규제 등록 안 된 모범거래기준이 많다.



▲시장이 자율경쟁 질서를 통해 가야 하는데 모범 규준이 정해지면 시장에 기준처럼 작동한다. 시장에서는 편하니까 따르는 거다. 실제 계약 관행보다 모범거래기준이 더 부당한 기준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범거래기준에 숫자를 명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런 것은 심결례를 통해 판례법처럼 가는 것이 옳다고본다.



--공기업 불공정 거래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공기업은 특정 공공분야의 유일한 대규모 발주자이면서 독점적 지위에서 계속적 거래를 하기 때문에 민간 대기업보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



문제는 공기업을 정상화한다고 해서 내부개혁하는 것은 좋은데 여기서 부정적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 즉, 납품업체가 그 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공정위는 이런 부정적 파급효과를 줄이고 긍정적 파급효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공기업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공기업은 납품구조가 장기화되는 특성 탓에 나눠먹기 관행도 있다. 소관 부처와 공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해 약관 문제도 있다.



▲금융 개인정보보호는 1차적으로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공정위는 협의 주체다.



온라인 거래의 경우 공정위가 약관 심사를 잘해줄 필요가 있다. 주로 여행, 결혼정보, 전자상거래 등 5∼6개 분야에 대해 올해 중 문제되는 약관 부분을 시정조치 하려고 한다.



--해외 직접구매가 늘고 있다.



▲해외시장 접근이 쉬워졌는데 국내시장은 홈쇼핑 등에서 납품업체들의 초과부담이 있는 것이 문제다. 결국 소비자로 전가된다. 통과료가 너무 높으면 제조업체와브랜드 경쟁력이 약해진다. 제조사에 초과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줄여줘야 한다.



주무 부처도 함께 노력해줘야 한다. 소비자 피해 구제와 관련해서는 피해보상이나반품 등의 문제에 대해 국제상사중재원과 논의가 필요하다.



--과징금 수위에 대해 업체들 불만이 높다.



▲과징금을 의식해서 업계가 위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솜방망이 처벌하면 위반해서 과징금 내는 게 더 싸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징금 내는 것보다 조사방해로과태료 내는 게 더 싸다는 인식도 있다. 조사방해 시 개인을 고발해서 불명예를 얻게 하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사업을 못할 정도로 부과하면 문제겠지만 불만이 나올 정도로 부과해야 재발을 안 한다.



--경제민주화의 체감도가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민주화 폭을 넓혀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정당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개념을 다시 정의했다. 기득권을 이용해서 초과이익을 가져가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경제민주화에서꼭 필요한 과제였다. 공정거래 역사에서 달리 보이게 될 것이다. 대통령 의지가 뒷받침돼서 가능했다고 본다. 최근 재계의 변화는 일종의 '넛지효과'(부드러운 개입을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다.



--앞으로 더 힘을 쏟고 싶은 분야는.



▲공정거래 분야에서 국제적 규범 적립이 시급하다. 거래는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소비도 국경이 없어졌는데 규제는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쟁법도 금융이나재정 분야처럼 국제적인 룰 제정이 필요하다. 다만 선진국, 신흥국 간 격차가 커서이해관계가 잘 맞지 않는다. 국제기구에서 만날 때마다 자꾸 얘기를 해야 한다. 경쟁정책을 어떻게 하면 공평하고 똑같은 원칙으로 가게 하느냐가 큰 과제인데 쉽지는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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