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금리 정상화 과정서 위기의 여진 가능성"

입력 2014-03-31 15:03
"한은 금융안정 책무 강화해야…물가목표 하한 2.5%이하로 못 낮춰 아쉬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이 '선진 일류' 중앙은행으로 성장하려면 금융안정 책무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현실적이지 않지만, 물가안정목표의 하한을 2.5% 이하로 낮추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31일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4년간 고민한 문제들을 언급했다.



예를 들면 "재정정책의 역할에 한계가 나타나면 통화정책이 더 적극적 역할을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논란이 국내외적으로끊이지 않았다", "금융안정의 의구심을 갖고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의 원척적인고민" 등의 발언들이다.



그는 "위기는 많은 경우 여진을 불러온다"며 최근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는 추세를 보이지만 여진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김 총재는 구체적인 여진의 형태에 대해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신흥경제권의특이 사항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전염효과를 일으키면서 변동폭을 일으키는 형태로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은의 향후 발전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한은에 좀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에 더적합한 중앙은행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안정 기능이 확대되면 영국처럼 금융정책위원회(FPC)와 통화정책위원회(MPC)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고, 그런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는 미국의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 같은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FPC는 영란은행(BOE) 산하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기구로, 기준금리 결정 등통화정책을 담당하는 MPC와 별도로 운영된다.



김 총재는 물가안정 목표제와 관련해서는 "목표제를 도입한 국가 중 이를 포기한 사례가 없다"며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2013∼2015년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정할 때 상한을 당시의 4.0%에서 3.5%로 낮춘 것은 인플레 기대심리 관리 측면에서 적절했다고 판단하지만 하한을 2.5%이하로 낮추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또 한은이 원화의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국제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선진 경제로 진입할 것인지가 금융 선진화에 달려 있다"며 "외환시장에서 시장 원칙에 적합한 과감한 조치들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은이 앞으로도 정책과 시장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직원 교육에 힘써야한다고 언급했다.



김 총재는 "시장 담당 부서와 정책·조사·연구 담당 부서가 밀접하게 연계돼종합적 시각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교육 훈련 제도도 확고하게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 자신은 이임사가 아닌 '고별 강연'이라고 밝힌 강연문은 200자 원고지1천500장 분량으로 사실상 한편의 논문 형식을 취했다.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