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세수확보 수단돼서는 안된다"

입력 2014-03-28 11:03
"강압적·징벌적 수사 대신 자진납세 유도해야"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시행한 지난 1년 동안 각종 부작용이 속출해 정책 목표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열린 한국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런내용의 '공약가계부와 지하경제 양성화' 논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이루겠다면서 5년간(2013~2017년) 필요한 134조8천억원의 복지재원을 세출절감(84조1천억원)과 지하경제 양성화(27조 2천억원), 비과세·감면 정비(18조원) 등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지난해 탈세 추징과 세무조사를 강화한 결과, 지하경제 양성화 세수진도율은 지난해 7월 50.1%에서 9월 72.8%로 상승했다.



염 교수는 "작년 우리나라 세수가 목표보다 8조원 덜 걷혔음을 고려하면 세무조사가 얼마나 강력하게 진행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세무당국의 활동이과연 진정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숨은 세원을 새로 발굴했다기보다는 대부분 기존 제도로 이미 노출된 세원에 세무조사를 강화하거나 법인세·종합소득세 자진신고 강화 등의 방법으로 탈세를 적발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속 가능성도 문제다.



공약가계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연도별 목표치는 2013년 2조7천억원, 2014년 5조5천억원, 2015년 6조원, 2016년 6조3천억원, 2017년 6조7천억원 등이다. 당장 올해는 작년 목표치의 두 배를 추가로 찾아내야 한다.



염 교수는 "세무조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체 세수의 3%를 넘기기 힘들다"면서 "이 많은 액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선 탈세자가 기록이 안 남는 현금거래를 선호함으로써 지하경제가 활성화되는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은 48.6%로 전년에 견줘 13.1%포인트 하락했다.



자산가들은 은행에서 뭉칫돈을 빼 미술품, 골동품과 같이 추적이 어려운 현물에투자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총액은 2013년11월 말 기준 13조 9조800억원으로 2012년 말에 견줘 9천430억원(6.3%) 줄었다.



염 교수는 "지금은 박 대통령 임기 5년간 복지재원 조달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두고 있다"면서 조세정의 구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와 어긋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아무리 국가가탈세 감시·적발 시스템을 강화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탈세 유인을 근절하기는 어렵다. 규제와 세금을 강화할수록 지하경제는 더 창궐한다"고 평가했다.



탈세제보 포상금 인상도 당장은 제보가 급증해 세수를 늘리겠지만 국민 사이에서로 감시하는 풍토가 조성돼 사회 분열을 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은 세수확보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의궁극적 목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책 목적을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탈세자를 범죄자로 모는 강압적·징벌적 수사방식보다는 국민의 자발적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유인책을 도입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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