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되지만 고질적으로 지적되던 '거수기'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은행 노조는 새 사외이사 후보들이 감독 당국이나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선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어 주총을 앞두고 갈등도 적지 않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KB·우리·신한·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사 사외이사34명 가운데 14명(41.2%)이 바뀐다.
숫자로만 보면 이사회 구조에 적지 않은 지각변동이 생기는 셈이다.
변화폭이 큰 만큼 이들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환골탈태'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 경영진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뒤따르는 변화일 가능성이 큰데다 임기가만료된 사외이사와 비슷한 경력 또는 배경을 가진 사외이사가 추천되는 일도 있기때문이다.
KB금융에서는 어윤대 전(前) 회장이 추진했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배재욱 변호사가 중임을 포기하는 등 3명이 교체된다. 이 자리에 조재호 서울대 교수, 김명직 한양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추천됐다.
금융권에서는 학자 출신이면서도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외이사를 영입해 임영록 회장 체계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국민은행 노조는 새 사외이사 후보 3명을 비롯해 사외이사 5명이 경영진과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작아 보인다며 이들의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 측에 따르면 새 사외이사 후보 3명은 금융위원회가 꾸린 민관합동 위원회에서 일했거나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하나금융도 김승유 전(前) 회장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됐던 사외이사 4명이 대거 교체된다.
특히 박봉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부회장과 황덕남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은 임기 3년을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난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현 회장이 김 전 회장과 '선긋기'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체 폭이 비교적 적은 신한금융지주 또한 이사회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지 않을전망이다.
재일교포 출신인 이정일 평천상사주식회사 대표이사와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임기 5년이 끝나 물러나는 대신 역시 재일교포 출신인 정진 주식회사 진코퍼레이션 회장과 이만우 고려대 교수가 새로 사외이사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금융[053000]은 주력계열사인 우리은행과 함께 사외이사가 대거 바뀌지만민영화를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수를 7명에서 6명으로 줄이면서 4명을 교체한다. 오상근동아대 교수와 최강식 연세대 교수, 현재 우리은행 사외이사인 임성열 예금보험공사기획조정부장과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등을 새로 선임할 계획이다.
특히 오 교수와 최 교수가 지주 이사회보다 하루 먼저 열리는 우리은행 주총에서도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이사회는 구성원이 모두 같아진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올해 사외이사 진영에 큰 바람이 불겠지만 여전히 경영진이나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직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부터 바꿔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추위에 CEO가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한때 논의됐지만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백지화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사외이사 선임 과정 자체가 좀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목소리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zheng@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