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집도 주민번호 요구…마구잡이 수집 사라지나>

입력 2014-01-28 11:27
40여년간 우리나라의 개인 식별번호로사용됐던 주민등록번호가 용도 폐기될 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주민번호 사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부에서는 폐지 주장까지도 나왔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번번이 논의로만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한 번 유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번호 대안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민번호 도입 45년…피자집·PC방도 수집 주민번호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로 알려져 있다.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을 계기로 안보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생년월일과 성별·출생지 등을 토대로 전 국민에게 각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고유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번호가 전 국민을 범죄인 취급한다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이 주민번호는 현재 전자 거래를 할 때나 함께 가입, 개설 등을 할 때 자신임을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사업자도 주민번호를 요구하고 있고 개인들도 별다른 의심 없이 넘겨준다.



백화점 회원 등록, 패밀리 레스토랑 회원 가입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에도 주민번호를 기재해야 하고 PC방, 꽃 배달에서도 주민번호는 사용된다.



주민번호를 제공하지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아무런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없는 셈이 돼 버렸다. 2007년부터 인터넷 회원 가입 시 대체 수단 활용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주민번호가 사용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민간 인터넷 사이트 10곳 중 8곳 이상(82.2%)은 주민번호를 수집했다. 그러나 주민번호를 암호화해 보관하는 곳은 10곳중 2곳(22.7%)에 불과했다.



주민번호는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특히 금융권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개인 인증 번호로 사용되고 있다. 한 번 유출이 되면 범죄에 악용될 소지는 클 수 밖에 없다.



◇주민번호 수집 제한 어디까지 가나 주민번호를 대체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당장 어디까지 주민번호 사용이 제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다른 대안 검토를 지시하면서 대안 마련은한층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는 주민등록번호가 대다수 거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있어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가 2차, 3차 피해로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며 "다른 대안이 없는지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정부는 우선 8월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마구잡이식 주민번호 요구가 사실상 금지되는데 기대를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민간사업자는 물론, 공공기관도 원칙적으로 주민번호 수집을 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당장 주민번호가 필요 없어진다.



그러나 이 법은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상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한 때 등 예외적일 때는 수집·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 규정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담긴다. 현재로서는 시행령에 포함될 예외 규정으로 우선 금융과 부동산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은 인터넷이나 다른 사이트 가입 차원과 달리 개인의 직접적인 재산 보호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다른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고,금융권 전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등의 문제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금융 부문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면 점차 주민번호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개인식별정보로 사용되는 주민번호를 대체할수단에 대해 관계부처, 기관 및 전문가 등이 협력해 개선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민번호 장단점…대체 수단은 주민번호등록 제도는 개인 신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이 세계최고 수준의 치안을 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범죄 검거율이 높은 이유가 주민번호를 통해 개인에대한 기본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개개인이 주민번호 하나로 구분이 되다 보니 행정 서비스도 편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개인 신상 노출, 번호 유출에 따른 범죄 악용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주민번호 대체 수단으로는 아이핀(인터넷 신원확인 번호), 운전면허 번호, 여권번호 등도 같이 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미 일부 인터넷 사이트와 기업 등에서는 회원 가입시 아이핀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회보장번호와 운전면허 번호 등을 주민번호 대신 사용하고 있고,독일에서는 10년마다 갱신하는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다.



주민번호는 한 번 부여되면 평생 바뀌지 않아 언제든 노출의 위험이 있지만, 이들 대체 수단은 새로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생 따라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민간 등을 중심으로 주민번호 사용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모든 국민 개개인에 대한 식별 수단으로 주민번호를 보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8월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 개정법에 두고 있는 예외조항의 폭이 이해집단의 요구로 넓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taejong75@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