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찾아달라"에 5만원 받고 3천7명 넘겨줘스미싱 시도 문자메시지, 올해들어 6배 넘게 급증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중개업자의 무차별적인 DB 중개 거래가 활개치고 있다.
신용불량자·공무원·미혼자 등 계층별로, 20~30대 서울 거주자 등 연령·거주지별로, 완콜(대출희망자)·부결(대출거절자) 등 유형별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중개업자가 모은 정보를 사고팔아 대량의 문자메시지·이메일을 보내주기도 한다. 일종의 'DB 직거래 장터'이자 스팸 광고 대행 사이트인 셈이다.
약 15만명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는 한 인터넷 DB 거래 사이트는 매체 종류와검색 조건을 넣으면 광고 메시지를 대량 발송해주는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불특정 개인의 이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수집한 이 업체는 '합법적인' 문구를 사용하면 광고 메시지를 작성해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고 소개했다.
장문 메시지(LMS) 광고는 건당 56~80원, 단문 메시지(SMS) 광고는 건당 35~50원, 이메일 광고는 건당 4~40원을 받는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들으려고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이런 DB 거래 사이트에 등록되는 수많은 개인정보는 여러 DB 중개업자가 수집,등록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DB 중개업자는 이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주소 외에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수집·가공·유통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접촉한 한 중개업자의 개인 DB 파일에는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직업은 물론 결혼 여부, 신용 상태 등이 나왔다.
한 중개업자는 제2금융권 대출 모집에 필요한 '신용불량자' 정보를 요구하자 한나절 만에 3천7건의 정보를 5만원에 넘겨줬다.
그는 "해외 IP로 접속하기 때문에 경찰에 단속될 일은 없다"며 '비밀 보장'과 '확실한 A/S'를 약속하기도 했다.
신불자 DB에 들어간 A(53)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름과 주민번호 모두 일치하고, 신불자 상태인 것도 맞다"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B(21·여)씨도 "어쩐지 대출 광고 문자 같은 게 많이 오더라"며 "예전부터 그랬고, 익숙해져서 별생각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은 주로 자신이 중국에 있으며, 개인정보가 많이 축적된 회사의 서버를 '털어서(해킹 또는 유출)' DB를 구축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단속에 나섰지만, 실제로 중국에 살면서 해외 IP를 쓰면 검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돈이 오가는 통장도 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대포통장'이다.
이렇게 유출된 정보는 재가공돼 제도권의 전화마케팅(TM) 조직에 다시 흘러가기도 한다. 중개업자를 거쳐 한 TM에서 다른 TM으로 정보가 건네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 손해보험사의 전직 TM 직원은 "상해보험을 아웃바운딩 영업을 했다"며 "DB의출처는 알 수 없고, 전산에 뜨면 자동 콜(전화)이 걸리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의 TM 조직 관계자는 "인터넷의 颼% 당첨 경품' 이벤트 DB를 주로가져와 쓰곤 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가 '유출→가공→유통'을 반복한 결과 자신도 모르는 새 정보가 마구유포돼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만큼 범죄에 노출된 확률도 높아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탐지한 스미싱 문자메시지는 이달 2~7일 1천953건(하루 평균325.5건)에서 8~24일 3만5천건(하루 평균 2천58.8건)으로 6배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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