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기업수익성 악화 등 내부 문제 적지 않아
올해 한국경제 전망은 선진국 경기회복, 신흥국불안 등 대외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겠지만 대내적 불안 요인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가계부채, 한계기업, 취약업종 자금난 등 민간 부문의 건전성 악화는 위기상황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경제리더십 흔들기 공세 등 경제 외적 요인들도 정책당국이 차분하게 경제혁신과제를 추진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증가속도 줄었지만 질 악화가 관건 1천조원대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04년 말 494조2천억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작년 11월 말기준으로 1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세를 앞질렀다.
1999∼2012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로, 같은 기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7.3%)과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5.7%)을 웃돌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기준 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6%)보다 높다.
한국은행은 작년 10월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점은안정적 거시경제 운영의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전체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2012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전반적인 가계 건전성과 금융회사의충격흡수 능력이 양호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부채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2∼2013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2%대였으나 비은행권 대출증가율은 연 8∼9%를 수준이다.
금리상승과 부동산 가격 급락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증가, 신용경색,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
◇한계기업 부채 증가…동양사태 여파로 비우량 기업 '자금난' 기업 부문의 건전성 악화도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LG경제연구원의 년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이자보상배율 1 미만) 차입금이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의 3배 이상(EBITDA 대비 차입금 배율 3 초과)인투기등급 한계기업의 비중은 2010년 19.6%에서 작년 3분기 25.7%로 증가했다.
전체 기업대출금 중에서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차입금 비중은 34.5%로, 기업대출의 3분의 1 정도가 경영환경이 악화하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여건이 좋은 기업은 이익금을 내부에 쌓아두고 어려운 한계기업들만 되려부채를 늘린 셈이다.
특히 상장 한계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 범주에 속하는 기업들인 데다 회사채를발행한 비중이 높아 특정 기업의 부실이 자본시장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나온다.
건설, 해운 등 취약업종의 자금난도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STX·동양 사태를 거치면서 비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홀대 분위기는더욱 만연해졌다.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 AA 이상 기업이 발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BBB 등급 이하 비우량등급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취약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2분기에 많이 몰려 있어 한계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 취약업종 회사채 만기도래가 증가하는 가운데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 등으로 비우량, 취약업종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경제팀 흔들기 등 정치적 변수도 정치적 요인들도 올해 한국경제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다.
경제 사령탑 흔들기 공세는 정책 당국이 대내외 경제 리스크 요인에 집중하며차분하게 경제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는 발언으로 금융소비자는 물론 여야 모두의 질타를 한꺼번에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으로 경제팀 교체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나 신흥국발 경제충격 대응 등 각종 경제 현안의 추이에 따라 경제팀 문책론은 얼마든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연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것처럼 여야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입법 발목잡기가 투자 촉진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특히 민주당이 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 쟁점화할 움직임이어서 사태 추이에 따라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뒤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 역시 각종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수 있어 가뜩이나세수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정책 당국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중간선거' 성격이 있는데다 안철수 신당까지 가세해 어느해보다 선거전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지역과 이권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사업을 선거 쟁점화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공약 실시에 따른 각종 공약 남발은 국가부채는 물론 결국 가계부채 증가와도 연계가 된다"며 "재원조달이 가능한 공약만을허용하는 등 특단의 조처를 해야 무분별한 공약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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