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잇단 악재 '임원진 총사퇴'로 돌파할까>

입력 2014-01-20 19:11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KB금융그룹이 20일 임원진 총사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지난해 불거진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직원들이공모한 국민주택기금채권 위조·횡령 사건에 이어 대형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창원지방검찰청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카드에서는 5천300만건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갔다.



이번 카드업계의 정보 유출 규모 1억400만건 가운데 국민카드의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여긴 임영록 KB금융[105560] 회장은 전날 급거 귀국,국민은행과 국민카드 임원들을 불러모았다.



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이 가장 큰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이 이 자리에서 먼저 사의를 밝혔고,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일련의 사태를 이유로 사표를 냈다는 후문이다.



임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KB금융 지주사의 임원 10명은 물론 국민은행·국민카드의 나머지 임원 15명에게서도 사표를 받아냈다.



거취를 전적으로 맡긴 채 먼저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차후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만큼 KB금융은 이번 사태가 그룹에 치명타를 안겼다고 받아들인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려면 임원 총사퇴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조직 내부의 분위기가 매우 안좋다"며 "쇄신에 앞서 모두 사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그룹 내부에 대형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투자증권[005940] 패키지 인수를 놓고 농협금융지주와의 맞대결에서도 패배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않았다.



이날 일괄 사표를 낸 임원 27명 가운데 몇 명이 살아남을지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금융 안팎에선 심 사장의 사표 수리가 확실시되며, 국민카드의 다른 임원들도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국민은행 역시 이 행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일련의 사태가 모두 그의 취임 전에발생해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지만, 최고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은 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선임된 국민은행의 임원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수가 교체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의 특징이 '부드러운 카리스마'이지만, 사안의 심각성이 워낙 무겁다"며 "국민적 피해를 입힌 사안인 만큼 교체 폭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과 대비되곤 하는 농협금융지주도 마침 이날 손경익 농협카드 사장이 자진 사퇴했다.



농협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에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역시 이번 정보유출의 파고는 넘지 못한 셈이다.



임 회장은 이날 계열사 임원들을 소집해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철저한 대처를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협금융은 우투증권 인수에 매진해야 하는 데다 농협은행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카드사업 부문에 대한 문책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아직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문책이나 징계범위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