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국제사회가심상찮게 돌아갈 때마다 타격을 입는다.
1970년 이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4%를 밑돈 것은총 8차례다. 이 가운데 2003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카드 사태를 제외하고는 모두국제 사회의 정치·경제 불안이 한국으로 파급된 시기다.
특히 정정 불안에 따른 신흥국발 경제 위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다.
1차 쇼크는 1973년 중동 전쟁을 계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자원 무기화 정책에 의한 감산에 의해 촉발됐다. 1980년에는 이란·이라크 전쟁 발발의 여파로 제2차 오일쇼크가 터져 세계 경제의 지형도를 바꿔놨다. 당시 한국의 성장률은 -1.9%로추락했다.
이후 신흥국발 위기로는 1980년대 중남미 외채위기,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외환위기 등을 꼽을 수 있다.
1996년 시작된 태국 바트화 폭락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이어 한국으로 전염됐고, 그 결과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이라 불리는 외환위기가 발생해2008년 -5.7%라는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2년에도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자 유가가 급등,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물론 올해 신흥국 정정 불안이 오일쇼크 같은 큰 위기를 불러오지는 않는다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주요 신흥국의 선거가 줄줄이 잡혀 있어 이들 나라의 불확실성이 수출위축 등 한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은 될 수 있다.
오는 2월 태국 총선을 시작으로 4월 남아공화국과 인도네시아 총선, 5월 인도총선, 7월 인도네시아 대선, 8월 터키 대선, 10월 브라질 대선 등이 예정돼 있다.
조이스 창 JP모건 채권담당 글로벌헤드는 "선거가 있을 때에는 통화 변동성이훨씬 커지는데,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정권 교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2014년 신흥국에서 치러질 16건의 선거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정치 경영 컨설팅사인 유라시아 그룹은 지난 6일 연례 세계 경제 안정 위협 보고서에서 미국 대외 정책의 약화된 위상과 함께 신흥국의 선거 등을 우려 요소로 꼽으면서 올해의 최대 위협은 금융 불안이 아닌 지정학적 요소라고 경고하기도했다.
신흥국의 임금 인상 러시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나라별 최저임금을 보면 인도네시아는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해 자카르타 지역의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무려 44% 올려 월 227달러로 정했다. 태국은 월 200달러로 전년보다 35% 인상했고 베트남은 월 79~113달러로 17% 가량 높였다. 말레이시아도 작년부터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신민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원은 "동남아의 임금인상 기조는 생산비용 부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생산시설 이전, 인력 감축, 숙련인력 확대, 자동화 설비 확충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의 임금 인상 문제는 최근 유혈 시위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9일 방글라데시 남부 도시 치타공 공단에서는 노동자 5천여 명이 시위를벌여 여성 노동자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노동자 상당수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생산·수출하는 영원무역[111770]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공단에서도 지난 3일 경찰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 최소한 5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올해 신흥국의 정정 불안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민수 한국은행 신흥경제팀 과장은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을 전후로 나타난 국제 금융자본의 움직임을 보면 한국은 차별화돼 있는 만큼 금융위기의전이 우려는 낮다"며 "다만, 수출 감소 등 무역 경로를 통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의 수출 시장에서 신흥국 비중은중국까지 포함하면 70% 수준"이라며 "일부 국가의 정정 불안이 심화하면 수출에 영향을 받고 현지에 투자한 기업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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