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부기관에 첫 평가 의뢰…곧 개선안 마련R&D지원·근로장려세제도도 점검
정부가 탈세와 시장교란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면세유 세제지원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농어민의 지원혜택이 적다는 점도 고려됐다.
면세유 제도는 영농·영어민의 비용절감을 위해 농·어업용 기계류에 사용되는석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연간 조세감면액 규모가 1조6천억원에 달하지만 관리소홀 등으로 불법유통이 심각해 지하경제양성화의 과녁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밝힌세제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면세유와 연구개발(R&D), 근로장려세제(EITC)등 3개 조세지출 제도의 타당성과 개선방안을 검토하는 종합 심층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이들 조세지출 항목은 감면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부정수급, 재정지출과의 이중혜택이 문제되고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제도 중에서 선정됐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내달 심층평가 결과를 내놓는 대로 부처간 협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안이 정해지면 올해 세법 개정안에반영하고, 반영하지 않더라도 향후 세법개정에 지속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특정 조세지출 항목의 타당성에 대한 심층평가를 외부기관에 맡긴 것은이번이 처음이다.
면세유는 휘발유, 경유 등에 붙는 44%의 세금이 붙지 않아 시중가격보다 현저히낮기 때문에 차액을 노린 탈세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농기계에 배정받은 면세유를 다른 용도로 돌리거나 출항하지도 않은 소형어선이허위신고를 통해 면세유를 부정수급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해마다 수십건의 탈루행위가 국세청과 검찰, 경찰에 적발된다.
자원경제학회 등에 따르면 면세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은 연간 7천억~8천억원에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면세유로 인한 농어민 혜택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망기준으로 조세지출 감면액이 연간 1조6천억원에 달하지만 면세유로 유류세 100원을 감면해주더라도 농어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56원 정도다.
나머지 44원은 가격변동에 반영돼 정유사나 주유소, 농수산물 소비자에게 분산된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면세유 등 간접세 면세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고해당 계층에 보조금 등 형식으로 재정지출을 하는 것이 제도적 타당성에 부합하다는지적이 많았다.
조세연의 김학수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낸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정상적으로 과세해 세수를 확대하고 이를 다시 해당 계층을 위한 재정지출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R&D와 근로장려세제 분야의 평가는 부정수급과 함께 이중지원 문제, 제도효율성제고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일몰이 도래하거나 신설되는 조세지출 제도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외부기관 심층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세부안을 확정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기본적인 방향은직접적 증세보다 (넓은) 세원 확보"라면서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정비를 보다 강화할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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