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함으로써 재벌 관련 경제민주화법의 2대 현안이 입법화를 마쳤다.
앞서 국회는 주요 경제민주화 과제였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을 지난 7월 통과시킨 바 있다.
공정거래법 통과로 재벌 총수 일가가 1%도 안 되는 적은 지분만으로 부당하게지배력을 확장해온 관행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계열사를 편법으로 지원하거나 경영권의 편법 승계 수단으로 순환출자를 악용하는 사례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 그대로 인정하기로 해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 법안 내용은…기존 순환출자 강화도 규제 개정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내 계열사끼리 순환출자 고리를새로 형성하거나 기존 순환출자를 강화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순환출자는 강제적으로 해소할 경우 국민경제에 줄 부담을 우려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공시의무 부과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이나 원활한 구조조정을 제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일부 예외를 허용했다.
우선 ▲회사의 합병 또는 영업전부의 양수 ▲담보권의 실행 또는 대물변제의 수령 등 기존 상호출자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받고 있는 사안은 순환출자 규제에서 그대로 예외로 인정받았다.
원활한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부실징후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절차를개시한 경우 채권단 결정이 있었다면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신주 취득이 발생했더라도 예외가 허용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의 주식 출연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나 기존 순환출자의 강화도 인정받는다.
단, 구조조정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는 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안에 해소하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주주배정에 의한 유상증자가 이뤄졌을 때 실권주 발생에 따라 순환출자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 경우 역시 1년 안에 상승지분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예외를인정했다.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에 시행하게 돼 있어 실제 규제는 내년 7월이돼야 시작될 전망이다.
◇부실계열사 지원·편법증여 사라질 듯 순환출자는 한국경제가 재벌 위주의 압축성장을 추구한 결과 나타난 부산물이다.
공정위 공시에 따르면 4월 기준 62개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가운데 지분율 1%이상인 순환출자 고리수는 14개 집단 124개이다.
최근 몇 년간 순환출자는 오히려 부실 계열사 지원이나 3∼4세에 대한 경영권편법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집단 124개에 달하는 전체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2008년 이후 최근 5년간신규 생성된 순환출자는 9개 집단 69개 고리로, 전체 순환출자 고리의 절반을 넘어선다.
공정위가 이들 69건의 신규 순환출자를 발생시킨 20건의 출자를 분석한 결과,부실계열사 자금지원(8건), 편법적 상속·증여(3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부실계열사 지원의 대표적 사례로 한라그룹의 경우 한라건설이 부실해지자 계열사 만도가 자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 자회사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형태로 순환출자를 악용했다.
순환출자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결국 수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떠안게 된다.
동양그룹도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를 중심축으로 하는 17개의 순환출자고리가 급속한 부실 확산의 큰 원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신규로 형성된 순환출자 69개 가운데 14개가 동양그룹이 만든 것이었다.
순환출자를 활용한 편법적 증여는 총수가 보유주식을 결손법인에 무상증여한 뒤2세의 직접 지배하에 있는 회사가 결손법인을 합병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2세에 직접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결손법인에 증여하면세금이 크게 줄거나 면제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번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 통과로 이런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총수의 편법적인 상속·증여 및 지배력 강화 관행은 봉쇄될 전망이다.
다만 개정 법안은 기존 순환출자를 규제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이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대기업집단이 직접적으로 받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투자위축' 반발…정부 "투자와 순환출자 무관" 재계는 통상임금 확대와 엔저 심화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신규 순환출자까지 금지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반발한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가 기업 인수 등 신규 투자를 위축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를 어렵게 해 경영권 보호 부담을 가중한다는 논리다.
다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법안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안심하는 분위기다.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끊는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아낄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찬성 의원들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더라도 대형기업 인수가 어려워지지 않으며 적대적 M&A 방어도 어려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과거 대형기업 인수사례에서 순환출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가 없었으며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을 누적 보유해 자금 여력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법안 통과와 관련해 논평을 내고 "여야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씩양보해 경제 현안 중 하나를 원만하게 해결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순환출자가 재벌의 지배력 유지 및 확장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사회가 용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한 것이야말로 이번 법 개정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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