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화채널 유지해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양국 경제협력이 더욱 경색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북한의 정정불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한국경제를 위협할만한 주변국의 상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양국간 협의채널 중단은 동북아 지역경제 협력과 아시아권의 통상협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당장 실물경제에 큰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양국간 수출입, 관광, 투자, 한류 문화콘텐츠 등 분야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이 한일 경제 관계에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답답한 심정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일본이 작년 말부터 엔저에 기반한 아베노믹스 정책을 구사하고 우경화로 치달으면서 한일 경제장관회의 등 경제 협력이 끊긴 상황이다. 지난 6월엔 자존심 싸움 끝에 8년간 지속된 30억달러 상당의 원·엔 통화스와프를 종료한 바 있다. 현재 남은 통화스와프는 100억달러 규모로 2015년 2월 만료된다.
정부는 최근 양국간 대화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양국간 관계 복원을 모색해 왔다. 작년 이후 중단된 한일재무장관회의를 실무차원에서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은 "내년초 기재부와 함께 일본과 콘퍼런스를 같이 하려고 했는데 이번 사태가 터져 곤혹스럽다"며 "동북아 상황이 계속안 좋은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두 나라간 협력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의 경제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지역금융안전망"이라며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신흥시장국 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지역금융안전망에 금이 가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국·중국·일본 3국 간의 '아세안+3' 협의도 올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세안+3 의장국인 일본이 주변국과 관계를 악화시켜면서 내년 의제의 추동력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아세안+3이 내년에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역내 경제감시기구인 '암로(AMRO)'의 국제기구 전환, 아시아 채권시장 발전방안(ABMI) 등도 표류할 가능성이제기된다.
실물경제 부문은 한일관계 악화가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대일 수출은 올해 2월부터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해 10개월째 하향하고 있다.
정 실장은 "대일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아 양국 경제가 이번 일로 큰 영향을 받지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내에서 반한 감정이나 혐한 감정이 확산되면 한국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한국으로의 관광, 한류 콘텐츠 수요 등이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화경색 국면이 길어지면 일본의 대 한국투자, 기업간 협력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오정근 학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채널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등 채널을 유지하면서 지역금융안전망, 엔저 문제 등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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