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QE) 규모 축소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 1월부터 매월 850억달러씩 사들이던 채권규모를 750억달러로 줄이면 시중에 풀린 달러화 유동성이 흡수된다.
이는 미국의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 세계에 풀린 달러화가 미국으로 '유턴'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상승(환율 상승)하는 경로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19일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결정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약간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단기적으로 자본유출입 압력 등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일단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달러화 강세를 반영, 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저점을 하향 돌파해 달러당 1,050원 가까이 내려온 원·달러 환율은 얼마간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선 이번 테이퍼링의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돌발 악재'가 아닌 '노출된 재료'라는 점에서다.
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테이퍼링 이슈가 두드러진 데 대한 학습 효과가있다"며 "달러화 가치가 큰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 외환시장에 환율 상승폭을 제한할 만한 달러화 대기 매물이 많다는 점도염두에 둬야 한다.
주요 조선사들의 잇따른 선박 수주와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따른 달러화 공급은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원화를 사려는 수요로 이어진다.
그동안 환율 하락세로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 매물이 환율 상승을 예상하고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오히려 이번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매물 소화가 더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달러당 1,050원을 밑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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