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국민은행…정권교체기 잔혹사 이어지나>(종합)

입력 2013-11-27 19:50
<<KB금융지주의 비상경영TF 구성과 계열사 대표 회의 개최 등 사실 추가해서 종합.>>



국민은행이 이건호(54) 행장의취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최대의 위기에 몰렸다.



국민은행은 연이은 비리와 부실로 당국이 '동시다발' 특별검사에 착수한 가운데검·경의 수사까지 받게 됐다. 더 근본적으로는 은행의 존립 기반인 신뢰가 무너져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 행장이 부랴부랴 27일 공식 사과를 하고, 성과급 지급으로 도마 위에 오른민병덕 전 행장도 성과급 반납 의사를 시사했지만,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옛 경영진인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민 전 행장에 이어 임영록 현KB금융[105560]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까지 책임론이 확산되면서 정권 교체 때마다경영진이 수난을 겪은 KB금융의 '잔혹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꼬리를 무는 비리…조사결과 파문 예측불허 국민은행 사태의 핵심은 도쿄(東京)지점의 비자금 조성과 국민주택기금 채권 위조·횡령 사건이다.



은행원들이 부당대출로 비자금을 만들고, 이를 국내로 들여온 도쿄지점 사건과오랜 기간 공모로 소멸시효가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직원이 횡령한 사건은 은행에서 있어선 안 되는 심각한 경제범죄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저인망식 검사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서류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단계인 만큼 아직 가담자 규모나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밝히기 곤란하다"며 "검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관련자 면담도 진행하는 등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종합검사가 아닌 특별검사는 통상 2~3주면 종료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감원이본점, 영업점, 해외지점의 여러 사안을 한꺼번에 들여다봐야 해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검사 결과 도쿄지점의 비자금 조성과 채권 위조·횡령에 대한 책임이 드러나면관련자는 물론 지휘 라인도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사안의 성격상 형사처벌도 충분히 예상된다.



다만, 국민은행과 지주사인 KB금융의 전·현직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금감원은 이 돈이 어 전 회장 등 전임 경영진에게 일부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횡령 사건은 규모가 100억원을 넘어 비자금 조성보다 금액이 많을 것으로보이는데다 국내에서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만큼 민 전 행장 등 당시 경영진이내부통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부행장이나 본부장 등 임원급까지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



◇어윤대·민병덕 이어 임영록·이건호까지 책임론 국민은행의 잇따른 비리 사건은 애초 전 경영진 시절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올해 취임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책임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궁극적으로 MB(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던 어 전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책임소재를 따져 들기 시작하면 임 회장과 이 행장도 사정권에들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로 이 행장은 이날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모든 사안에 대해선 궁극적으로는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어느 만큼의 책임이 있는지는 감독당국과 수사당국이 밝힐 부분이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은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비리 실태가 갈수록 심각하게 드러나는 마당에 현 경영진이 '뒷짐'만 져선 안 된다는 안팎의 여론과, 이 행장 역시 짧은 기간이나마 리스크담당 부행장을 역임했다는 책임론에 부딪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우에 따라선 어 전 회장과 민 전 행장은 물론 임 회장과 이 행장까지 문책의대상이 돼 정권 교체기마다 경영진이 수난을 겪어온 KB금융의 '잔혹사'가 되풀이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금융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김용수 부사장주재 하에 28일 첫 회의를 개최한다.



임 회장도 27일 계열사 대표 회의를 주재하고 이 행장의 대국민 사과를 결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근 드러난 비리와 부실은 일차적으로 과거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주사라고 해서 아예 무관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임 회장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하기에는 무리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행장 사과·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혹 이 행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국민은행을 둘러싸고 제기된 다른 의혹에대해선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해명하려고 애썼다. 사실과 다른 의혹이 더 확산하기전에 '가지'를 치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부실 의혹과 베이징(北京) 법인의 인사파문에 대해서는 비교적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밝혔다.



BCC와 관련해서는 충당금과 관련한 논의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 부실이새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징 법인 인사는 금감원의 권고와 은행 인사결정 사이의 시차로 빚어진 해프닝이며, 이를 당국에 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핵심 사안에 대해선 '노 코멘트'로 일관, 이번 사안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사건의 정확한 실체는 물론 발생 경위와 책임 범위 등 어느 것하나 속 시원히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 행장은 비자금 사건과 횡령 사건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감독당국과 수사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한사코 언급을 꺼렸다.



칼자루는 금감원과 검찰이 쥔 형국이 됐다.



조사 결과 비리 사실이나 피해 규모가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소지가 다분하다.



금감원은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과 국민주택기금 횡령 사건, 보증부대출 가산금리 부과 실태에 대해 특별 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도 부당대출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둘러싼 직원들의 각종 비리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 수사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개인 비리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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