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연봉 20배 받는 금융사 CEO…일당 수천만원>

입력 2013-11-13 12:09
금융사 CEO 연봉체계 대대적 개편 전망



금융감독 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실태를 전면 조사한 것은 최근 금융사의 영업실적 악화에도 CEO 보수는 업황이 좋은 시절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따른 문제의식 때문이다.



순이익이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도 CEO 연봉은 깎을 줄 모르는 금융권의 관행은그동안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감독당국이 금융사에 자체적으로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할 것을 강력히 주문함에 따라 일회성으로 연봉 일부를 '반납'하는 꼼수가 아닌 성과체계에 대한 전면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지주사 CEO는 일당 2천400만원짜리 계약직(?)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지난해 금융지주사(11억원)와 증권사(28억원), 보험사(50억원) 등 지주사와 자회사에서 모두 89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았다. 하루에 2천440만원을 번 셈이다. 이와 별도로 47억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조 회장은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돼 증인으로 채택되자 아직 지급받지 못한 성과급 50억원을 포기하며 국감장 출석을 겨우 피했다.



감독당국이 성과보상 체계 모범규준을 적용받는 65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처럼 모범규준에 어긋나거나 불합리한 '연봉잔치'를 벌인 사례가 적지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과보수와 영업실적 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영업실적이 좋아지면 빠르게 올라가는 CEO 연봉이 실적이 떨어질 때는 요지부동이라는 뜻이다.



특히 현대증권[003450]은 지난해 회장 보수로 17억원, 코리안리[003690]는 대표이사 보수로 27억원을 책정하면서 모두 고정급으로 지급했다.



영업실적에 따른 성과 연동이 되지 않는 셈이다.



고정급이 아니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금융사들도 영업실적이 떨어지더라도 70∼80% 수준의 성과보수가 보장될 수 있도록 계량지표를 설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CEO 보수를 결정하는 이사회 소위원회인 보상위원회에 CEO가 직접 참여하거나 위원회가 명확한 근거 없이 평가등급을 올린 일도 있었다.



조정호 회장처럼 자회사에서 성과급을 중복으로 받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퇴직시 특별공로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수당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명시적인 근거 없이 주주총회 결의로 35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나 173억원의 특별퇴직금을 받은 코리안리 전 대표가 이런 사례다.



하나은행은 성과연동주식보상 부여액 가운데 일부만 반영해 보상 규모를 축소공시했고, 우리은행은 매년 3월까지 연차보고서에 넣어야 하는 성과보상 수준을 지연 공시했다.



◇합리적 보상체계·보수 규모 정착되나 지난해 이들 65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연평균 보수는 금융지주사가 약 15억원, 은행이 10억원, 금융투자사가 11억원, 보험사가 1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총 보수가 10억원을 넘는 28개 금융사만 추려보면 금융지주사 CEO는 연보수가 약 21억원, 은행 18억원, 금융투자사 16억원, 보험사 20억원 등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원칙적으로 CEO의 성과보수 체계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일부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막대한 연봉을 책정해 업계의 CEO 평균 연봉 규모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박세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검사 담당 부원장보는 "고액 연봉 금융사를 기준으로 지주사 CEO는 일반 직원의 22배, 은행 CEO는 23.5배, 금투사는 20배, 보험사는26배 정도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동일 권역 내 편차도 커 지주사 CEO끼리는 약 9배, 은행과 금투사는 10배, 보험사는 23배까지 차이가 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사 성과보수체계의 투명성과 합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불합리한운영사례는 시정하도록 지도하고 현장검사 등을 통해 개선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지도할 계획이다.



또 문제가 되는 금융사 CEO와 임원진들이 일회성으로 급여 일부를 반납하는 꼼수를 쓰는 대신 권역별로 TF를 꾸려 성과보상 체계 개선안을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영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정액으로 지급되는 고정급보다 1년 단위나재임기간의 성과를 평가해 지급하는 성과급 비중이 늘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금감원이 금융사 보수 항목을 살펴본 결과 금융지주와 은행은 고정급 비중이 각각 35.4%와 31.5%였지만 금융투자사와 보험사는 58.0%와 60.0%로 더 높았다.



성과급을 산정할 때 쓰이는 성과평가 지표 가운데 계량지표 또한 수익성 등 특정 부문에 치우쳐 설정하는 대신 건전성 제고와 리스크관리 등 여러 가지 항목을 평가하도록 바뀔 것으로 보인다.



주관적 평가로 평가보상위원회가 거의 만점을 주는 비계량평가 방법도 더 세분화될 전망이다.



외국계 금융사,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사주가 있는 회사도 연봉 체계에 부는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원장보는 "성과보수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권역별 TF나 모임을 통해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과 관련해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합리적으로 고쳐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금융사의 기준은 국내 기준과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각사가 그룹과 상의해 자율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것으로 본다"며 "오너가 CEO인 곳도금융사의 공공성이나 국민적 관심사를 감안할 때 합리적 보수체계하에서 보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