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 흔들리나…세수에 악영향 우려>

입력 2013-11-06 06:05
현금 비중 확대 추세 뚜렷…"중장기 접근 필요"



지하경제는 정부 입장에서는 세원이 노출되지않는 경제다.



현금 거래 위주여서 캐시 이코노미(Cash Economy)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지하경제가 커지면 안 그래도 부족한 정부의 복지 재원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각종 비과세·감면의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면서 자산가들이 미리 소득이나 지출을숨기려는 조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지하경제의 핵심 '현금 거래' 지난 10월 양천구의 30평대 아파트를 세 준 L씨는 부동산업소가 요구하는 중개수수료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에 승강이를 벌이다가 지하경제의 맛을 봤다. 수수료를깎아줄 테니 영수증은 발급해주지 않겠다는 부동산업소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L씨는 수수료를 깎고 업주는 추후 과세 대상인 수익을 숨길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상당 부분의 지하경제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과세 당국에 신고되는소득은 거의 없지만 부정한 재산으로 살아온 자산가라면 세무당국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지출을 숨길 필요도 있다.



국세청이 올해 상반기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2천806억원을추징한 442명도 대체로 이런 사례들이 많다.



할인을 조건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서 현금 수입을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수입액을 누락한 성형외과 원장 B씨, 고액의 사건을 수임해성공 보수를 현금영수증 발급 없이 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입금받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수입을 숨긴 변호사 C씨 등이 추징 대상이었다.



◇ 현금 경제의 팽창…"지하경제 확대" 해석에는 온도차 현금 경제의 팽창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를 둘러싼 해석은 온도차가 있다.



세원 노출을 피하려는 지하경제의 수요뿐 아니라 다른 경제 변수들이 작용하고있다는 시각이다.



예를 들면 5만원권의 발행 증가 이유로 경제발전에 따른 고액권 수요의 확대가거론되기도 한다.



광의 통화(M2)에서 현금통화 비율이 상승하고 반대로 통화승수는 하락하는 추이에 대해서도 현금 보유 성향의 강화로는 보지만 원인을 다른 데에서 찾을 수 있다는평가도 있다.



특히, 한은은 현금 보유 성향의 강화 이유로 2009년 9월부터 나온 5만원권의 발행, 저금리에 따른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 감소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올해 현금 보유 성향이 더 빠르게 진척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M2에 대한 현금통화 비율(평잔, 계절조정계열)은 9월 2.7%로, 작년 12월(2.4%)보다 0.3% 포인트나 올랐다. 최근 3년간 같은 시기를 보면 2010년 (1.8%→2.0%), 2011년(2.0%→2.2%), 2012년(2.2→2.3%) 등 0.1%∼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그래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자칫 지하경제를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않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현금 형태의 재산보유를 더 선호하게 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인사이에 퍼져있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 지하경제 양성화에 의한 세수 확대에 의문 정부는 공약가계부에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5년간 지하경제 양성화로 약 27조원 등 세입기반을 확대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에 의한 재원 확보는 현재까지도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달 4일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상당수의 여야 의원들이 정부 목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원을 확보하려면, 세무조사 징수율이 50~60% 정도인 상황에서 45조원 정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서 "게다가 세금을 부과해도 행정소송 패소율도 높고 굉장히 일정이 빠듯하다"고 회의적인견해를 보였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어차피 지하경제에서 27조원을 양성화한다는 목표는 달성불가능하다"며 "정책 방향을 바꾸고 냉정하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증세를 건의하라"고 현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대체로 비슷한 견해를 보이는 많은 전문가들도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위해서는시스템 개선, 납세 의식 제고 등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충진 건대 교수는 "세무조사는 일회성에 불과하고 세수 확보를 위한 과도한압력은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최근 진척을 보인 현금영수증 발급 대상확대 등 시스템 개선이나 납세자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는 세무조사 등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게아니다"라면서 "납세자 윤리의식의 제고 등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금 경제의 확대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면 지하경제 확대 및 이로 인한 세수 감소를 초래할 위험이있다"며 비과세·감면 축소의 하나인 현금카드 등 소득공제 축소의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