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우리·하나·KB 등 주요 시중은행을 거느린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이 3분기에 다소 좋아졌다.
그러나 여기에 큰 의미를 두는 투자자는 별로 없다. 2분기 '최악의 상황'에서조금 나아진 수준에 불과한 데다 앞으로도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금융을 주력으로 삼은 우리금융그룹은 대기업 부실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구상대로 '제값'을 받고 민영화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수준이다.
◇4대그룹 순익, 2분기보다 32% 증가 4대 금융그룹의 3분기 성적표는 2분기보다 한결 좋아졌다.
3분기 순이익을 모두 합치면 1조4천500억원으로, 2분기의 1조988억원보다 3천512억원(32.0%) 증가했다.
KB금융[105560]의 순이익이 2분기 1천635억원에서 3분기 4천629억원으로 183%나늘어난 게 큰 도움이 됐다.
하나금융의 순이익도 같은 기간 2천318억원에서 3천775억원으로 63% 증가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실적이 '빛'이라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053000]의 실적은'그림자'다.
2분기에 5천553억원으로 다른 금융그룹을 압도했던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3분기에 5천232억원으로 약 6% 감소하면서 주춤했다.
1일 실적을 공시한 우리금융은 '암흑'에 가깝다. 2분기 순이익이 1천482억원으로 4대 금융그룹 중 꼴찌였던 우리금융은 3분기에 864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우리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신한금융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1~3분기 누적순이익도 4천447억원으로 신한금융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실적만 놓고 보면 우리금융을 Ɗ대 금융그룹'으로 묶는 게 합당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이날 함께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행[024110]의 개별 순이익(1천905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이하다.
우리금융은 3분기 말 기준으로도 금융그룹 가운데 자산이 가장 많은 429조원을유지했다. 덩치와 순익만 놓고 보면 '속 빈 강정'에 빗댈 만하다.
◇아직 갈길 먼 수준…"단기간 내 개선 어렵다" 4대 금융그룹 전체의 실적이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이를 본격적인 반등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3분기 실적 개선에는 환율 하락과 주가 상승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지주사들 스스로 영업을 잘해서 실적을 올린 측면은 크지 않은 셈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효과와 충당금 환입효과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이익 규모는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올해 1~3분기 4대 금융그룹의 누적 순이익은 3조9천049억원이다. 4분기 실적까지 더한 연간 순이익은 5조원 안팎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
1~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이 6조8천443억원에 달했던 것과 견주면 여전히 '반 토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권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저금리 기조와 대기업 부실이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전날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단기간에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해외 진출을 통한 이익 비중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또 "2005~2008년 조선·건설·해운 등 Ɖ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급증한 대기업 대출이 시차를 두고 부실화하고 있다"며 추가 부실 위험을 경고했다.
특히 우리금융의 상황이 심각하다. 민영화에 대비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던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의 다짐과는 정반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 실적 악화의 주범인 우리은행을 팔 때 정부가 바라는 '최고가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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