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에 부담…1,050원 하향돌파 여부 주목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연중 최저치 바로 코앞에 있다. 금융위기 이후 5년째 뚫리지 않은 달러당 1,050원까지도 하향 돌파할 기세다.
환율 하락은 수입 제품의 가격을 낮춰 내수에는 긍정적이지만, 수출 제품의 가격을 높이고 채산성을 악화시키면서 일반적으로 수출 경쟁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급격한 환율 하락이 반갑지만은 않은 현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달러당 1,055.8원에 마감했다.
올해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인 지난 1월11일의 달러당 1,054.7원 이후 9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하락 속도다.
환율은 지난달 초 달러당 1,100원 선이 깨진 이후 불과 1개월 반 만에 42원(4.0%)이나 내렸다.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내려오고서는 정부 당국이 1,070원을 임시 저지선으로삼아 속도 조절을 시도했지만, 1개월을 버티는 데 그쳤다.
대내외 환경을 따져보면 환율 하락은 대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가 애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보이는 만큼 원화는 강세(환율 하락)를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멈출 줄 모르는 '바이 코리아(Buy Korea)'행진도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를 늘려 환율을 끌어내린다.
대형 조선사 등이 선박 수주로 받은 달러화를 내놓는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도만만치 않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율의 반등 재료를 찾는 게 어렵다"며 "일단 추세는 하락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하반기에 환율 하락 속도가 두드러진다"며 "자동차, 가전, 석유화학 등의 수출 타격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수출은 환율보다 주요국 경기에 더민감하다"면서도 "수출 위주 제조업의 수익성은 아무래도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050원까지 하향 돌파할지는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환율이 1,050원을 하향 돌파하면 미국의 리먼 사태 직전인 2008년 8월20일의 1,049.3원 이후 처음이다.
김천구 연구원은 "환율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정부의 개입경계감을 고려하면 1,050원을 뚫고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환율 하락에 대해 "달러와 외환시장 유입 등 여러 변수가 있어 하나하나의 움직임보다는 시장을 주시해야 한다"고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현 부총리는 그러면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차질 우려에 대해 "요즘 수출 경쟁력이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예전에 비하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부담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외환 당국이 1,050원을 앞두고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데 좀 더 힘을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 전망과 정부의 대응 모두 '노 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도 "당국은 대외적으로 아무 말이 없는 '정중동' 상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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