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수입·외환시장 안정화에 원화국제화 포석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신흥국과 통화스와프 확대에 나서면서 한국 원화의 국제화도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원자재를 수입하기 위해 3천282억달러를 썼다. 이는 전체 수입액(5천196억달러)의 63%에 달한다. 이를 원화 결제로 돌릴 경우 국내 외환시장에서의달러화 품귀현상이나, 달러화 변동에 따른 환위험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 인도네시아와의통화스와프 체결 합의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를 논의 중인 나라가몇몇 개 더 있다"고 말해 곧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을 예고했다.
◇ 한-인니 통화스와프 손익계산서는 상호 윈윈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통화스와프 체결 계획은 지난달 26일 하따 라자사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경제부총리 격)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공개했다. 이에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라자사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중 양국이 총 100억달러 규모로 자국 통화스와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화로 10조7천억원(115조 루피아화)에 해당한다.
다만, 발표는 박 대통령 대신 현오석 부총리 등이 맡았다. 현 부총리는 "통화스와프는 이번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안건엔 없었다"며 "마침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를 미국에서 만나 의견 조율을 거쳐 알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인니 통화스와프는 제2의 외환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은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아니라 위기 시 루피아화를빌려와도 쓸모가 적기 때문이다.
대신, 이 자금을 이용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무역은 더 탄탄하게 할 수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양국이 무역을 많이 하면 자국 통화로 서로 결제를 도와주는것이 괜찮은 것이 아닌가 한다"며 "이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무역규모는 약 300억 달러 수준이다. 이중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한국은 원화로,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화로 한다고 하면 단순계산해도 달러화 변동에 따른 환위험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경제 여건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요동을 쳐도 양국 간 실물 거래는 덜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한국으로선 철, 니켈, 석유, 가스 등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을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다.
원화가 국제적으로 쓰이는 결제통화로 자리매김하는 효과 역시 크다. 이른바 원화의 국제화다. 김 총재는 "원화국제화는 1차적으로 무역결제를 도와주는 방향으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로 원화국제화 추진 한국이 인도네시아 뿐 아닌 다른 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오석 부총리는 ▲한국과 무역결제가 많고 ▲자원이 많은 ▲일부신흥국과 통화스와프를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특정 나라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최근 브루나이와 미얀마 정상을 만나 보인 '세일즈 외교' 행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브루나이는 석유, 미얀마는 광물 부국이다.
김 총재도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대통령이 자원외교를 하는 측면에서 한국이관심을 가져야 하는 나라가 많아 한은 차원에서도 많은 나라와 협의 중"이라며 "상호교류 양해각서를 맺고 (필요시) 이후 통화스와프를 맺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들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은 한국으로선 또 다른 의미도 있다. 금융위기 당시 다른 나라에 통화스와프를 애타게 요청했던 나라가 5년 만에 신흥국에 통화스와프를 지원해주는 위치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도네시아 통화스와프의 경우 인도네시아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외국자본이 썰물처럼빠져나가며 외환위기 목전까지 갔다. 이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원화가 필요했던것이다.
당국은 다른 신흥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대외건전성이크게 개선된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 것이 해당국 금융시장에 든든한 보험이 될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다.
통화스와프를 통해 이들 신흥국과의 실물-금융교류 격차를 줄이려는 복안도 있다. 김 총재는 "한국은 실물교역은 동남아시아, 중국과 많은데 돈은 다 뉴욕, 일본,유럽에서 많이 (빌려)온다"며 "(통화스와프를 통해) 금융 쪽에서 이 불일치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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