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처음 적용되는 계열사 등에 대한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납부를 마감한 결과 당초 이 제도 도입 당시 예상치를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말 세법 개정 당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도입으로인한 연간 추가 세수를 1천억원 가량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국세청의 8일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거래분에 대해 지난 7월 증여세 신고·납부를 받은 결과 실제 신고세액은 1천859억원에 달했다.
기재부 예상치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또 1만658명의 신고 대상자 가운데 실제신고자도 1만324명으로 96.9%에 달했다.
이런 수치는 지난 7월 한 재벌 사이트에서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과세 대상자가 65명이고 총 과세액은 634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던 것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많은 수치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의 변수가 다양한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선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자는 전년도 말을 기준으로 일감몰아주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지배주주의 친족 가운데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이 있고 ▲수혜법인의 특수관계법인 거래 비율이 30%가 넘어야 하며 ▲수혜법인에 대한 주식 직·간접 보유비율이 3%를 넘어야 한다.
특수관계법인은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30% 이상을 출자한 법인, 그리고 지배주주와 친족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이 해당된다. 모두 지난해 12월 31일이 기준이다.
이들 조건에 해당되는 경우 '세후영업이익×(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30%)×(주식보유비율-3%)'에 해당하는 금액을 증여한 것으로 간주(증여의제이익)하고 이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 만큼 각 기업의 영업이익, 특수관계인 거래비율, 주식 보유비율 등 다양한요인이 증여세액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망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국세청측의 설명이다.
세제개편 당시 다소 보수적으로 세수 예측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이번 조사 결과 주목되는 것 중 하나가 대기업들 뿐 아니라 일반 법인, 중소기업법인에서도 일감몰아주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집계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대상 법인 6천89개 가운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177개로 2.9%를 차지했다. 관련 주주 등 신고 인원은 154명이었지만 납부 세액은 801억원으로 43.1%에 달했다.
일반법인도 1천507개(24.8%)나 됐다. 대상 인원은 2천332명이었고 납부 세액은전체의 41.7%인 776억원을 차지했다.
중소기업 법인(조세특례제한법상 매출액 1천억원 미만)의 경우도 4천405개나 신고했다. 전체 신고 법인의 72.3%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법인(44만7천개) 가운데 중소기업법인이 35만8천개로 80%를 차지하는 만큼 전체 비율과 크게차이나지 않았다.
증여세를 신고한 중소기업법인의 주주 등은 7천838명이었고 금액은 282억원이었다. 세액 비율은 전체의 15.2%였다.
내년에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특수관계법인 거래비율에서 공제하는 비율이 30%에서 15%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세 대상자들이 지분 정리 등의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세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세당국으로서는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는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적용되는 만큼 과세에 대비를 별로 하지 않던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들이 예상치 않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세법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는 수혜법인의 법인세 세무 조정사항까지 상세히 알아야 세금 계산이 가능한 구조"라며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세무 정보에 약한 중소·중견기업에 불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여기에 위헌 논란도 여전히 잠복해 있다. 수혜 법인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뒤 지배주주가 실제 배당을 받았을 때 다시 배당소득세를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로 위헌요소가 있다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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