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15년간 한번만 예산처리 헌법상 시한 지켜

입력 2013-10-06 06:12
미국 '셧다운' 상황에서 한국은 '준예산'



지난 1998년 이후 작년까지 15년간 국회가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킨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예산안도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시한 내 처리가 어려운 것은 물론, 아예 올해를 넘겨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의회가 회계연도 직전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의 기능과업무가 부분 정지되는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은 '셧다운'은 아니지만 '준예산'이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인 10월2일까지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이를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당연히 이 시한을 매년 지켜왔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 1998년 이후 15년간 2002년 단 한 차례를 빼고는 이 시한을지키지 않았다. 나머지 해에는 예산안 처리 시점이 모두 12월2일 이후였다.



특히 2004년과 2009년, 2011년은 12월31일에 예산안이 처리됐다. 의결시한 준수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보니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회계연도 시작 직전에 간신히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데드라인'인 12월31일을 넘겨 1월1일 오전 6시께 예산안이 처리됐다.



한국에서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직전인 12월 31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않아도 '셧다운'은 오지 않는다. 공무원도 평소처럼 출근하며 월급을 받을 수 있고,국방·치안 등 필수 업무는 물론 정부의 일상 업무에도 큰 지장이 없다.



미국과 달리 '준예산 제도'를 두고 있어서다.



헌법에 따르면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못하면 정부가 헌법·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시설의 유지·운영비 등을 전년도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다.



미국은 2014년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면서현재 '셧다운' 상태다. 국방·치안 등 핵심 기능을 제외한 업무에 대한 지출이 중단됐고, 100만여 명의 공무원은 강제 무급휴가를 떠나게 됐다.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 상태에 놓인 것은 이번이 18번째이지만 한국에서는준예산이 집행된 사례도 아직 없다. 올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1일 새벽에 처리되긴했지만, 예산 공백이 생긴 시간이 6시간으로 짧아 준예산 집행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준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올해는 여야간 대립이 심해 예산안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준예산 집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매년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악습을 끊고자 국회선진화법을 만들면서 예산안과 세입예산 부수법안이 헌법상 의결기한의 48시간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도록 하는 규정을 뒀지만, 이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올해는 늑장처리를 막을 조치가 없는 셈이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이라는 상징성과 복지공약 재원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난항이 예상된다.



지속된 국회 파행으로 결산안 처리와 대정부 질의·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이 줄줄이 늦춰진 점도 부담이다.



예산안 심사도 일러야 11월 중하순에야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준예산을 집행한 사례가 없어 구체적인 비용 집행 범위 등을 정한 적이 없다"며 "실제 준예산이 집행되면 '준예산 집행 지침'을 만들어 상당 부분 행정부가 정하는 범위에서 비용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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