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렌트푸어 지원 금융상품 외면 받아

입력 2013-09-15 06:08
재형저축도 인기 시들…중소기업 지원대출 지지부진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지원하려고 정부 주도로 출시된 금융상품들이 죄다 외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서민을 돕겠다고 기획한 상품도 판매실적이 지지부진하다. 성패를단정하기는 이르다지만, 부실한 수요 예측에 즉흥적으로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만만치 않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지난달 23일 일제히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 전세자금대출)'의 가입자는 고작 38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지난 3주일간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6개 취급 은행에서 받아간 대출금은 23억원으로, 1인당 6천만원 꼴이다.



1인당 대출 한도를 2억6천600만원으로 늘려 전셋값 상승에 따른 렌트푸어(주택임차 비용에 고통받는 계층)의 부담을 덜겠다는 정책 취지와는 거리가 먼 실적이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목돈 안드는 전세Ⅰ(집주인 담보대출 방식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수요 전망은 이보다 더 어둡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률적인 문제가 걸려 있어 상품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며 "그런데도 국토교통부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푸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시리즈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렌트푸어 문제해결 방안의 하나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월세자금대출은 이보다 더 초라하다. 금융감독원의 채근에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2곳만 상품을 판다. 출시한 지 5개월이 됐지만, 판매 실적은 10건이다.



농협, 국민, 외환 등 다른 시중은행도 조만간 월세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지만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Ɗ·1 부동산 대책'에 따라 하우스푸어의 부채 연착륙을 돕는 취지로 도입한 주택담보대출 채권 매각 제도는 2개월간 신청자가 고작 11명이다.



가장 신청자가 많은 국민은행도 4명, 4억원에 불과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아직 실적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조원 한도에서 하우스푸어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로 넘겨 채무조정을 하겠다고 지난 5월 밝혔지만, 찬바람만 맞은 셈이다.



금융 분야의 하우스푸어 대책은 과거에도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숱하게 나왔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트러스트앤드리스백(신탁 후 임대)'은 현재 실적인 7건, 21억4천만원뿐이다.



경매유예제도(담보물 매매중개 지원제도)도 제2금융권까지 범위를 넓혔지만, 성사율은 1.4%에 불과해 유명무실해졌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이들 상품이나 대책은 현실성과 거리가 먼 전시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하우스·렌트푸어뿐 아니라 당국이 중소기업과 서민을 돕겠다고 도입한 다른 금융상품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도입한 기술형 창업기업 대출은 출시 이후 3개월간 취급액이 1천785억원이다. 은행들이 애초 9월 말까지 잡은 취급 계획(2조5천165억원)에 견주면 한참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민의 목돈 마련을 목적으로 금융당국이 내놓은 재형저축 역시 누적 가입계좌수가 지난달 말 174만8천835천개로 한 달 전보다 586개 줄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재형저축 판매 실적이 민망할 정도로 적어 구체적인 실적을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책 목표에 맞춰 나오는 상품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 당국은 은행들의 의지 부족을, 은행은 당국의 밀어붙이기를 탓한다.



정부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금융권을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종종 무리수를 두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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