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정보 관리 실태는…대규모 유출에 사기까지>

입력 2013-09-12 06:01
보험協 정보 불법집적 경징계…승인 항목은 늘려줘



2011년 7월 말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020560] 화물기의 조종사는 사고 직전 6개 보험사의 상해·생명보험에 가입했다.



사망 보험금만 30억원이 넘는다는 조종사의 보험 계약정보가 유출되면서 조종사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종사의 유족들은 큰 정신적 피해를 봤다.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당국은 조종사의 보험가입 내역 유출자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나섰다. 조사결과 가입자의 보험계약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사 직원들이 적발돼 기관주의와 과태료 처분 등의 징계를 받았다. 6개월간 생·손보업계가 총 8천여건이 넘는 고객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보험업계가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은 어제오늘의 일이아니다. 올해 들어서도 한화손해보험[000370]과 메리츠화재[000060]에서 개인정보가대량 유출된 적이 있다. 규모도 수십만건에 달한다.



보험협회나 보험사 직원은 가입자의 보험가입 내역을 동의 없이 열람하거나 유출하면 안 된다. 고객의 질병정보나 사고정보와 같이 민감한 개인정보는 보험사가임의로 협회 등에 유통할 수 없다.



생·손보협회는 2002년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금융위로부터보험 계약정보에 해당하는 15개 항목과 10개 보험금 지급정보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그전까지는 보험개발원이 1983년부터 객관적인 보험요율의 산출과 보험정보의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보험 정보를 집적 관리했다. 그러나 양 보험협회가 1998년 대출정보 집중을 위해 '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등록한 뒤 보험 계약과 보험금 지급업무도 신용정보라는 유권해석을 얻어 정보수집 내용을 확대했다.



생명보험협회는 2007년 약 60억원을 들여 생명보험계약조회시스템(KLICS)을 구축해 승인 범위를 넘어서는 사고 청구정보까지 집적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 협회는 수년간 개인 질병정보와 사고정보를 포함해 승인 범위를 넘어서는 180여개 항목의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불법 집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생보협회의 전현직 부회장 등 임원 5명과 손보협회 임원 2명에 대해 '경징계'를 사전 예고 통보하고, 12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런 징계 수위를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양 협회의 보험정보 불법 집적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리면서 집적할 수 있는 현행 25개 보험정보 항목 가운데 '보험금 지급 사유'에 60여개항목을 늘려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개인정보 집적의 효율성과 유출위험의 최소화를 위해 추진된 보험정보관리원 설립과 보험 정보 일원화는 사실상 무산됐다.



신용정보법은 개인정보보호법과는 달리 신용정보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법이기때문에 정보 보호보다는 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보험정보와민감한 개인정보를 신용정보법으로 규율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일부 예외조항을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보험정보 유출 문제가 시도때도없이 불거지면서 관리감독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익집단의 논리에 끌려 다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고객의 보험 정보는 보험개발원, 생보협회, 손보협회가 나눠 갖고 있어 유출이 쉽고 유출된 정보는 보험 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판단이다. 지난해 보험 사기 혐의로 8만3천명이 적발됐으며 그 규모만 4천500여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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