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5년> 산업계, 명암 엇갈렸다

입력 2013-09-06 06:01
明 자동차·석유화학 vs 暗 조선·해운·건설산업·수출구조도 변화…"수출 성장견인력 점차 약화"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국내 산업계는 안으로는 체질개선, 밖으로는 수출다변화에 힘쓰며 무난하게 위기상황을 벗어났다는 평을 듣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로 전이됐을 때에나 미국 양적완화 축소움직임으로 촉발된 위기 조짐에서도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은 수출에서 활로를 찾으며 비교적 선전했다.



하지만 리먼사태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침체는 국내 산업구조와 판도에도 큰 영향을 줬다. 최근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완전히극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세계 경제로 파급된 리먼사태가 국내 실물경제에도 뚜렷이 영향을 미쳤다"며 "세계 경제의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 해운업이 악화되고이어 차례로 조선, 철강, 건설 부문으로 침체가 전이됐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를 위시한 IT전기전자 부문은 여전히 맹활약하는 가운데 위기를기회로 만든 자동차와 석유화학 부문이 수출에서 맹위를 떨치며 위기탈출을 견인했다.



◇ '위기극복 견인차' 자동차·석유화학 부상 자동차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국내공장 생산은 2008년 382만6천여대에서2012년 456만2천여대로 19% 증가하며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의 입지를 지켰다.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한 물량 역시 2008년 268만4천여대에서 지난해 317만5천여대로 18.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업종이 위기와 침체속에서도 전 세계 시장에서 선전했던 것은견고해진 품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8∼2009년 리먼사태로 주요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는 상황에서현대·기아차는 미국 슈퍼볼 광고,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 등으로 오히려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



해외 생산공장을 늘려 환율 등 경제변수로부터 자유로워진 것도 주효했다. 한국업체들의 해외 생산량은 2008년 146만대에서 지난해 364만대로 150%나 증가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도 공세적 투자 덕분에 순조로운 성장을 이어갔다.



업계는 단순 정제마진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리먼사태 이후 고도화시설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파라자일렌, 윤활기유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하며 체질을 개선했다.



그 결과 석유제품 수출액은 2008년 376억달러에서 2012년 562억달러로 껑충 뛰어오르며 현재 국가 수출품목 1위를 기록했다. 비중으로 치면 국가 전체 수출액의 10.3%에 이른다.



◇ 세계경기 불황…조선-해운-철강-건설 줄줄이 침체 반면 2008년까지 초호황을 누리며 수출 효자산업으로 꼽혔던 조선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돼 선박금융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신규선박의 발주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었다.



2008년 5천392만CGT(수정 환산톤수)였던 선박 발주량은 2009년 1천594만CGT로급감했고 2010년에 4천47만CGT로 회복됐으나 2011년엔 다시 2천811만CGT로 위축됐다.



발주량 감소는 세계 1∼4위를 석권하던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감소로 이어졌다.



2008년 1천840만CGT를 수주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34.0%에 이르렀으나 이듬해에는 451만CGT, 28.3%로 떨어졌다.



2010년 이후에는 우리 업체들의 강세 선종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선,LNG선 등의 발주가 늘면서 수주를 늘려갔으나 리먼사태 이전 초호황 때의 수주액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도 물동량이 줄고 운임이 낮아지면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이 영향으로 대한해운이 2011년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지난 6월에는 STX팬오션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불황의 기나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수주액은 2012년 101조5천억원으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상반기 중에는 39조2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8.6%나 급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려운 건설사 비중이 2008년 27.6%에서 2012년 61.6%로 4년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1억원 이상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도 5월 현재 전체 종합건설업체의 42.0%나 된다.



대표적인 철강 수요 업종인 조선업과 건설업이 침체를 겪자 철강업도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 대·중소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 리먼사태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도록 촉구했다.



이전에는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게 수월했지만 리먼사태 이후 금융권이리스크관리에 들어가면서 문턱이 높아졌다.



이는 기업들이 나름대로 '살 길 찾기'에 나서도록 강요했다. 버릴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진행됐다.



이런 변신의 과정은 대기업의 경우 자금 여유가 있어 수월했던 반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존폐로 연결됐다.



그 결과 대기업의 영향력은 커지는 반면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약해졌다.



중소기업청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은 2001년의 경우 42.9%에 이르렀으나 리먼사태 이듬해인 2009년에는 36.9%로 낮아진 데 이어 2010년 34.5%, 2011년 33.0% 등으로 계속 줄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만들며 파이를 키워갔다.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에 속한 계열사들이 국내 500대 기업 총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수로는 20%에도 못미치지만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이르렀고영업이익은 55%나 됐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 그룹은 500대 기업 총이익의 56.9%, 영업이익의 44.4%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돼 극단적인 편중 현상을 보여줬다.



◇ 對中수출 의존도 커져…"지역별·품목별 수출 다변화해야"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의 부진속에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고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내수 침체와 재정 압박 속에서 경기회복을 위해 수출확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인 대중국 수출은 경기회복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8년 21.7%였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0년 25.1%로 최고치에 달했다가 소폭떨어져 2012년 23.6%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 함께 대 아세안 수출의 비중도 11.7%에서 14%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무역환경이 악화하면서 한국은 이런 중국·아세안과의교역량 증대와 그동안 축적해온 경쟁력, 다변화 노력을 바탕으로 수출이 2008년 세계 12위에서 2010년 이후부터는 세계 7위로 올라선 상태다.



다만 수출의 성장견인력이 점차 약화되는 추세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국경제의 수출의존도가 50% 내외로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최근 수출증가율의하락은 한국경제 전체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중국내 시장점유율 하락과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에 따라 대중국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는 조짐도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일상화, 장기화하면서한국 수출품에 대한 세계 수요부진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지역별, 품목별 수출 다변화를 통해 저성장 기조하에서도 안정적 수출 증가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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