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거액예금 이탈 규모, 우리은행의 트랜잭션 뱅킹 확대 사례를 추가.>>세금 회피에 저금리 기조 탓…"은행 자금조달 차질 우려"
한 계좌에 10억원 넘게 맡겨놓는 거액 예금주들이 은행에서 슬슬 돈을 빼가고 있다.
기업이나 고액 자산가들이 세원(稅源) 노출을 꺼린 탓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도 한몫했다.
전문가들은 거액 예금의 이탈로 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어 큰위험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국민·하나·신한 등 4대 시중은행의 거액 정기예금은 2만7천475개 계좌에 178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말 2만9천237개 계좌에 194조5천억원이 예치됐던 것에 견주면 1년만에 1천762개 계좌, 15조8천억원의 거액 예금주가 은행을 빠져나갔다.
은행권의 예금 유치는 거액 예금과 소액 예금의 양극화 현상이 한동안 지속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거액 예금 계좌에 맡긴 돈은 2007년 상반기 3만4천개 계좌 196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6만개 계좌 380조원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 기간에 1억원 이하 소액 예금 계좌에 예치된 돈은 1억3천600만개 계좌 232조4천억원에서 1억6천600만개 계좌 342조2천억원으로 증가율이 50%에 못 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이 돈을 버는' 자산가가 안정성이 높은 은행에 맡기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거액 예금은 5만5천개 계좌에 377조원으로 감소세로돌아섰고, 올해 들어 이탈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거액 예금이 줄어드는 가장 큰 배경으로 '지하경제 양성화'와 저금리를 꼽았다.
한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는 "고액 자산가가 자금노출 회피 목적으로 돈을 빼는 것 같다"며 "은행의 거액 예금은 당분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들어 금융소득에 누진 과세하는 종합과세의 적용 범위가 4천만원초과에서 2천만원 초과로 확대되자 절세 목적의 이탈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PB 담당자도 "금리 매력이 낮아진 은행 예금 대신 장기 저축성보험과 주식형 펀드 또는 금괴나 현찰로 보유하려는 자산가가 많다"고 전했다.
거액 예금의 이탈은 큰 틀에서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양진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거액 예금의 비중이 커지면서은행 자금 조달의 위험이 커지고 안정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액의 기업예금은 가계예금보다 건당 규모와변동성이 커 대규모 지급결제 리스크가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거액 예금의 이탈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랜잭션 뱅킹(transaction banking)' 사업의 확대다.
트랜잭션 뱅킹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하나은행은 이달 중 4개해외지점을 대상으로 '글로벌 자금관리 서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올해 안에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하나은행 법인과 연계해 현지 법인의자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국제 은행간 통신망(SWIFT)을 통해 자금을 이체하고 송금 내용을 받아보는 외화자금 관리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농협은행은 농식품 분야의 거래 기업에 특화해트랜잭션 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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