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공사장 "정부, 정책금융 뭔지도 모르고 개편"(종합)

입력 2013-08-29 11:59
<<진영욱 사장의 언급 추가.>>"재정낭비 많을 것…뭐가 바빠 공청회도 생략했나"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9일 "(정부가) 정책금융이 뭔지 디파인(define·개념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편된 것 같다"고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정책금융 개편안을 정면 비판했다.



진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런 작업(정책금융 개편)이 왜 이뤄졌는지, 왜 이 마당에 이런 일을 하는지, 이게 우리 금융산업과 경제에 무슨 도움이될지 와 닿지 않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현 체제가 비효율적이라는데 뭐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딱 집어내지도 못하면서 왜이런 일을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이런 부분이 국회에서 더 논의되면 좋겠다"고덧붙였다.



금융위가 발표한 정책금융 개편안은 4년 전 분리한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다시 통합하고 산은 민영화는 백지화하는 게 골자다. 선박금융공사 설립도 무산됐다.



진 사장은 "정부는 산은이 대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의 경험이 많으니 정책금융 컨트롤 타워로 합친다는데, 대기업 구조조정이 무슨 정책금융이냐"고 반문하면서 "대기업 구조조정이야말로 전형적인 커머셜(commercial·상업) 금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에서 비우량 자산만 떼서 '배드뱅크'로 만들어진 정금공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어린이'에 비유하면서 "(정부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으니 오래 못살 것으로 단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진 사장은 "(사전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안 줬고, 발표 이후에도 (정부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정책금융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도 몇 번 안했는데, 뭐가 바빠서 공청회 같은 것도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정책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통합 산은이 나중에 또 갈라질 수 있다. 산은을 영원히 정부 은행으로 가져가는 것은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하는 대신 부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잘 안 될 것으로 본다. 부분 IPO를 하려면 정금공에서 가져간 부실자산을 다시 덜어내고 '굿뱅크'가 돼 재무제표를 깨끗이 해야 한다"며 "정부가 부끄러워서라도 다시 (정금공 조직을) 들어내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는 재정이 더 안 들어간다지만, 내가 볼 때 이번 개편안으로 재정이더 들어갈 것"이라며 "우리 재정이 산은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대형 금융기관의 자본금을 확충하려고 계속 돈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도 "통상 마찰을 이유로 들었지만,일단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가서 방어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위성이나분란 소지보다는 역시 재원 문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다만 "옳지 않은 방향이라도 '곧 사라질 기관'이라는 상태가 오래가는 것보다는 낫다"며 "국회 논의를 거쳐 정책금융 체계 개편이 마무리되도록 적극적으로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