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정책금융…금융위 책임론 논란>

입력 2013-08-28 08:15
정책금융공사(정금공)를 산업은행에 다시 합치기로 한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안을 놓고 비판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명백한 '정책실패'의 책임을 당시 금융위원회 당국자들에게 물어야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통합 산은의 건전성에 대한 해석 차이도 논란거리다.



◇"통합 산은, 추가 부실땐 건전성 위험" 4년간 '딴살림'을 차린 정금공을 이번에 다시 가져오게 된 산은의 건전성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54%다. 통합 후 이 비율은 약 1.6%포인트 하락, 11%대로 내려간다는 게 산은 내부 예상치다.



이후 산은이 주채권은행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충당금 등을 반영하면 내년 6월BIS 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은 BIS 비율이 8%를 넘어야 영업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10%만 밑돌아도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산은의 STX[011810] 그룹 여신에 대한 충당금 부담과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047040]의 지분가치 하락, 대기업의 추가 부실 우려 때문에나온다.



현재 산은은 부실화한 STX 그룹 여신의 대손충당금을 7%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요주의' 여신의 충당금 최고수준인 20%까지 반영하면 BIS 비율은 1%포인트 하락한다.



애초 자율협약 기업에 충당금을 '고정'으로 분류하라던 금융감독원의 지도를 반영하면 산은의 BIS 비율은 10.1%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STX를 제외하더라도 산은이 주채권은행인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042660], 금호아시아나, 한진[002320], 동국제강[001230], 한진중공업[097230], 동부 등이건설·조선·해운업을 주력으로 삼는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위는 통합 산은의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가장 강도가 약한 '바젤Ⅰ'이 적용되는 산은금융지주를 없애고 가장 강도가 센'바젤Ⅲ'가 적용되는 산은과 '바젤Ⅱ'가 적용되는 정금공을 합쳐 단일 은행으로 만들면 은행 기준 자본규제인 바젤Ⅲ로 따져 BIS 비율이 13.67~13.74%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정금공과 산은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므로 통합해도 BIS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BIS 비율 하락폭이 0.7%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으로추정했다.



◇금융위, 정책실패 책임론에 "상황 달라졌다" 이번 정책금융 체계 개편을 둘러싼 비판이 과거 당국자에 대한 책임론으로 옮아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위는 금융권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지는 게'정책실명제'의 취지에 들어맞는다는 점에서다. 산은과 정금공의 '두집살림'으로 낭비된 비용만 2천500억원에 이른다.



정책금융 체계 개편은 '저축은행 사태'처럼 일반 국민의 직접적 피해로 이어질사안은 아니지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훨씬 크다.



특히 정책금융기관은 정부 관료가 쥐락펴락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을 고려하면 당국자의 책임도 더 무겁다는 게 중론이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무역학)는 "분리안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라는 변수가 생겼으면 그에 맞춰 정책도 수정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2009년 이 방안을 밀어붙인 결과 산은과 정금공 두 기관이모두 의도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산은·정금공 분리안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창용 서울대학교 교수가 냈다. 그는 이후 금융위 부위원장과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으로승승장구했다. 금융위기로 산은 민영화가 미뤄졌으나, 진동수 금융위원장 시절 이를밀어붙여 두 기관을 쪼갰다.



금융위는 이런 책임론에 맞서 '환경 변화론'을 내세웠다. 상황이 달라졌다는 논리는 정부가 정책 실패 논란에 대응하는 단골 소재다.



산은과 정금공을 분리할 당시 금융위는 "산은이 시장 마찰을 일으킨다"며 산은을 민영화하되 "정금공은 산은의 정책금융 업무를 원활히 승계해 정책금융 공급에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날 배포한 자료에서 금융위는 "(산은) 민영화 추진을 결정한 때와 달리 금융위기 이후 위기가 상시화해 시장안전판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고 입장이 바뀌었다.



이어 설립 취지와 달리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갖지 못하고 산은과 대부분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금공은 산은과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시장 여건이 나빠져 산은 민영화는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며 "기업 구조조정과 시장 안전판으로서 정책금융을 강화해야하는데, 여기에 산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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