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없는 박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論'>

입력 2013-08-20 15:01
정부, 지하경제 양성화·세출 및 예산구조조정에 총력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를 재차 강조한 것은 국민과 한번 한 약속을 흔들림없이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확보와 세출구조조정으로 낭비되는 예산을 줄여 복지재원에 쓰겠다는 게 골자다. 박 대통령은 또 재정당국의 시각이 아닌국민의 시각에서 내년 예산안을 마련하라면서 예산안 편성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달초 세법개정안 발표로 촉발된 '복지 축소 vs 증세' 논쟁에 대해 대통령이 '증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축소 등 세출구조조정 노력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상반기 10조원에 가까운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경기회복세가 지지부진한상태인데다 대통령도 인정하듯 관련 입법의 수정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세법개정 논란에서처럼 비과세 감면 축소는 그동안 혜택을 받던 각계각층의 조세저항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커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정부의 어려운 싸움은임기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복지재원 해법은 지하경제양성화와 예산·세출구조조정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은 발표 직후 강한 역풍을 맞았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하락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민심에 놀란 정부와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 하루만에 세 부담 증가 기준을 당초 총급여 3천450만원에서 5천500만원으로 높였다..



세법개정 파문 이후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복지확대를 위해선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여야 모두 복지확대를 내거는 상황에서 복지재원을 누가 분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무조건 증세는 안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증세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하경제를 양성화에 사회에 만연한 탈세를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출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사업을 줄이고 각종누수액을 꼼꼼히 점검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서 밝힌 '추가 재원 필요시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쳐 세입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증세'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중 얘기'라는 속뜻이 담겨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국민 동의 ▲우선순위 결정 ▲낭비 방지를 내달 나올2014년도 정부 예산안의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어 "국민에게 '내가 낸 돈이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당국의 시각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예산안을 검토하라", "중복 수행해온 유사사업을 통폐합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하라"고주문했다.



세법개정이 불러온 정부 지출의 불신을 잠재울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고 복지공약의 이행, 과감한 예산 구조조정을 당부한 것이다.



◇그걸로 될까…복지재원 실효성 논란은 여전 기획재정부는 앞서 5월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총 134조8천억원이 필요하다며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2017년까지 이 돈을 조달해 경제부흥에 34조원, 국민행복에 79조원 등을 쏟아붓기로 했다.



재원조달 방안으로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확충 노력으로 50조7천억원을 더걷고 재정지원 방식 개선 등 세출 절감으로 84조1천억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대통령이 말한 지하경제양성화와 세출구조조정 만으로 재원조달이 가능한지 여부다.



국세청은 상반기 세수를 늘리려고 세무조사를 강화했다가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반발로 대상을 축소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비과세 감면을 축으로 한 세법개정안은 급여생활자와 야당의 저항으로 정부안이 후퇴하면서 예상되는 세수효과가 4천400억원이나 감소했다.



복지재원 확충 노력이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지하경제 탈세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번 FIU(금융정보분석원)법 등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여러가지로 수정이 돼 세수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고 말해 당초 의도한 지하경제양성화 노력이 기대에 못미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국세청은 FIU의 금융정보를 제한없이 이용할 경우 연 6조원의 추가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정보이용범위가 국회 통과과정에서 축소돼 기대세수가 절반 이상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기재부의 세출구조조정도 비슷하다. 226개 비과세 감면중 상당수를 줄이거나 없앤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올해 만기가 도래한 44개중 38개를 축소하는데만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사실상의 증세' 논란도 부담스럽다.



정부 예산안 역시 걱정거리다. 내달말 발표될 2014년 예산안에는 기존 사업예산의 대폭적인 축소가 담길 전망이다.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재원을 늘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기도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내년 무상급식 예산 삭감 방침을 밝히는 등복지재원을 둘러싼 중앙-지방정부간 마찰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지역사업을 축소할경우 지자체의 집단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지하경제양성화·세출조정·경제활성화 총력 정부는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지하경제양성화와 세출구조조정 노력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법개정 논란으로 흔들리기는 했지만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없는 재원 확보방안을 추가로 찾아보겠다"며 "국민 부담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출구조조정노력도 하나하나의 타당성을 따져 조세지출 체계를 성장동력 확충,일자리 창출, 서민지원 중심으로 재편하고 일몰도래 제도는 종료하되 필요시 새로운형태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사후 성과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박 대통령이 경기활성화 노력을 강조한 만큼 내달중 일자리 대책과 제3차 투자활성화 방안, 서비스경쟁력 강화방안 등 일자리와 경기부양을 위한 노력을 가시화할 방침이다.



지하경제양성화는 국세청과 관세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기업, 고소득자영업자에 대한 탈루 추적을 강화하고 역외탈세 색출 노력을 확대키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노력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 발언은 현재로서방향성은 맞다"면서 "그러나 지하경제양성화로 4년간 28조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도 "세출구조조정해봐야 세수효과는 얼마 안된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조치도 그렇다"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증세의 불가피성'을 설파할 때가 올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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