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고용과 물가 등 주요 통계를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선 것은 통계의 '신뢰성'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통계가 모든 국가 정책의 뿌리가 된다는 점에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통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 OECD에서 실업률 가장 낮다는데 현실은 다르다 정부가 발표한 7월 공식 실업률은 3.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중 가장 낮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수치다.
이 숫자가 사실이라면 한국에서는 취업할 의사가 있어도 기회가 없어 발생하는'비자발적 실업'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취업학원을 전전하는 대학 졸업생과 은퇴자, 주부들이넘친다. 실업률 통계를 믿지 못하는 이유다.
통계청은 이를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짧아 실업자를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대학 진학률이 지나치게 높아 고학력자들이 취업준비생으로 머무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가통계가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의 '실업 및 잠재실업 측정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한국의 공식 실업자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따라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전주에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았고 ▲지난 4주간 적극 구직활동을 했으며 ▲전주에 일자리를 제안받았으면 응했을 것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통계청이 이 기준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취직 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구직자라도 최근 4주간 응시 경험이 없으면 통계청은 이를 실업자에서 제외한다. 구직활동도 이력서 제출ㆍ입사시험응시 등 적극적인 행위로 한정한다.
실제로 2011년 5월 KDI가 일자리 제안에 응했을지 여부에서 '지난주' 조건을 완화해 서울지역 청년층 1천258명을 설문한 결과, 잠재실업률은 통계청의 결과(4.8%)보다 4.3배 높은 21.2%였다.
이에 통계청은 설득력있는 고용통계 개발을 위해 지난 7월 실업률 보조지표 관련 시험조사에 착수했다.
오는 10월 제19차 국제노동통계인총회에 참석해 ILO의 국제기준을 도입, 한국실정에 맞게 조율한 뒤 12월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렇게마련한 실업률 보조지표는 내년 11월 공표한다.
◇ 밥상물가는 들썩들썩, 분배지표는 공정성 시비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두부, 콩나물, 밀가루, 소주 등 가격인상 러시가 이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즉시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지난달 우윳값 인상 조짐이 보였을 때도 기재부는 대형마트 관계자를 불러 물가안정 협조를 촉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개월째 1%대를 유지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처럼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밥상물가와 전·월세 가격, 전기료 등피부에 와 닿는 가격의 상승이 서민 생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들썩이는 식탁물가 탓에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가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용으로 지출한 비중인 엥겔지수(20.79%)는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통계청은 "현행 고정방식 소비자물가산정방식에서는 5년간 품목과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한다"며 "가구의 소비구조 변화 속도가 빠르면 체감물가와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분배지표의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니계수는 0(완전평등 상태)과 1(완전 불평등) 사이의 수치로, 사회의 분배수준과 소득 불공평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행 지니계수는 가계동향조사(표본수8천700가구)를 토대로 산출하며 2012년 0.307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0.313)보다 낮았다.
반면, 통계청이 개발한 새 지니계수의 값은 0.357이었다. 가계금융·복지조사(표본수 2만가구)를 바탕으로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치를 보정한 값으로, 기존 수치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세청의 국세자료를 기반으로 한 지니계수는 더욱 다르다. 통합소득자와 과세미달자를 포함한 1천887만명의 과세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지니계수는 0.448로 OECD평균을 훌쩍 넘는다.
통계청은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2017년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 기반의 소득분배지표 작성을 병행하고, 국세청의 소득자료를 활용해 소득분배지표를 작성하는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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