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세법개정 재검토' 지시…당정 논의 착수

입력 2013-08-12 15:00
당정, 세부담 기준점 5천만원 이하로 검토민주당 "장외투쟁 계속"…대치정국 이어질 듯



중산층 이상의 세금부담을 늘리는세법개정안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8일 발표된 정부안은 나흘만에 다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잇따라 회의를 열고 세부담 증가 상한선을 연간 총급여 5천만원 근로자로 높이는 내용의 수정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서명운동 등 장외투쟁을 이어갈뜻을 밝혀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법개정안에 대해"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주문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만 커지는 '세금폭탄' 논란을 빚으며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하반기 국정운영 드라이브가 차질을 빚을 것 등을 우려,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이와함께 "교육비나 의료비 지원 등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예산사업은 반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구, 중산층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주말부터 수정안을 검토해온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박 대통령의 재검토지시에 따라 대책마련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 현오석 부총리, 이석준 기재부 2차관 등 당정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에 만나 세법개정안 수정 방향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중산층 세 부담 증가 문제가 제기돼 보완책을 마련하던 중이었다"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들여다볼 것"이라고말했다.



이날 당정회의서 새누리당은 세 부담 기준선을 기존 3천450만원에서 5천만원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부총리는 이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부담 기준선을 얼마로 높일지는 시뮬레이션을 더 해봐야 한다"며 "대통령 의중에 맞게 당과 긴밀히 의견을 조율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 부담 기준을 5천만원 이상으로 할 경우 실제 납세부담이 증가하는 인원은 당초 434만명에서 170만~190만명 감소한 25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로인해 3천450만원~5천500만원의 근로자가 빠져나가면 당초 정부가 예측한 세수증가효과(2조5천억원)는 3천억원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중산층 세 부담 완화 방안으로는 ▲소득별로 차등 적용하는 근로소득공제율 조정 ▲세액공제율 구간별 차등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이 세법개정안의 수정작업에 착수하면서 여야 대치는 새로운 국면을맞았다. 그러나 향후 해법을 놓고는 여야간 입장차가 커 이를 둘러싼 정국경색은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맞는 말"이라고 환영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거리에서 세금 문제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이를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며 등원을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김관영 수석 대변인은 "최근 며칠간 분노한 국민에 대한 항복 선언"이라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중상층 서민 세금폭탄 저지 특위' 발대식과 서명운동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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