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금융실명 주역들…"나라발전에 기여했다">

입력 2013-08-12 13:45
"차명거래 전면금지는 현실상 어려워…관련법으로 제한해야"



"그때 무지 고생했죠. 하하하. 그래도 세월 흐르니까 좋네요. 그때 거기 몇 동으로 기억하세요?" "505동 204호였나? 아무튼 3층은 아니었어." 한국 금융사에 한 획을 그은 금융실명제의 주역들이 제도 도입 정확히 20년 만인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모였다.



참석 인원은 홍재형 당시 재무부장관(전 국회 부의장), 김진표 당시 세제심의관(현 민주당 국회의원), 진동수 당시 재무부 과장(전 금융위원장), 최규연 당시 사무관(현 저축은행중앙회장)·백운찬 당시 사무관(현 관세청장), 양수길 당시 부총리자문관(현 KDI 초빙교수), 김준일 당시 KDI 박사(현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 7명.



이들은 건물까지 몰래 빌려가며 '비밀 작업'을 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한가득웃음꽃을 피웠다.



홍 전 부의장은 "진동수가 당시 과장이었는데 (금융실명제 준비팀에 속해있다는사실을 모르던) 차관보가 자꾸 다른 일을 시켜서 진동수가 나한테 하소연을 했다"고회상했고, 진 전 위원장은 "엄청 난처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참석자들은 금융 거래를 '음'에서 '양'으로 끌어올려 나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긍심도 숨기지 않았다.



김 의원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검은 정치자금을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만든 금융실명제 덕분에 모든 금융거래를 자기이름으로 하는 것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논의가 활발한 차명거래 금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 전 부의장은 "금융실명제법 외의 기타 관련 법으로 차명거래를 제한해야 한다"며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차명거래를 하고 싶은 사람도 언젠가 들통나 불이익이 엄청나다고 생각해 안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5천만 국민이 거짓말하는 것을 모조리 잡아서 못하게 하는 것과 똑같다"며 "금융기관 창구 직원이 어떻게 검찰이 취조하듯이 고객에게 누구 돈인지 증명하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ksw08@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