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 20년> 차명거래 금지 논의 불붙었다

입력 2013-08-06 06:01
비자금·조세피난처 논란 속 국회에 개정안 발의



오는 12일 금융실명제 20주년을 앞두고 차명거래 금지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정·재계 인사의 비자금 의혹,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 포탈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국회에는 이미 법률 개정안도 제출된 상태다.



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다수의 여야 의원은 남의 이름을 빌려 금융거래를 하는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종걸, 민병두 의원은 차명거래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고 새누리당박민식 의원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관련 법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정기국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차명 거래 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8월 12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동해 도입했다.



사금융 등 음성적인 금융거래를 막고자 은행 예금과 증권투자 등 금융거래 때에는 가명이나 무기명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실제 명의로만 거래하도록 한 것으로, 당시에는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제도였다.



본인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해 금융 거래를 하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합의에 따른 차명계좌 개설을 금지한 조항은 없어 사실상 합의 차명계좌를 인정한 셈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병두 의원은 차명거래의 원천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실명이확인된 계좌를 명의자 재산으로 간주해 실권리자의 반환 청구를 금지하도록 했다.



이종걸 의원은 차명 거래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을 발의했다.



박민식 의원은 차명계좌 거래에 대해 과징금을 최대 30%까지 매기고 단계적으로 처벌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금융실명제법 20주년을 맞아 토론회 개최 등 차명 거래 금지 분위기를조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면 선의의 차명거래를 막아 금융실명제가 퇴보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호회 같은 경우 총무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는 예도 적지않은데 차명 거래를 전면 금지하면 이런 경우도 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저축통장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적 문제 때문에 전문가들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어서 (개인적인 찬반)판단을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조세포탈, 기업·정치인 비자금 형성 등 범죄형 차명계좌를 없애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자녀를 위한 주택청약통장 개설 등 범죄성이 없는차명계좌는 구분돼야 한다"며 "선의의 차명계좌와 범죄형 차명계좌를 구분하는 게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원천적으로 차명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전면 금지가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정협의를 통해 차명거래의 예외 항목을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가족등으로 확대하거나 적발 때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당국은 최근 CJ사태 등으로 불거진 차명거래에 대해 제재 강화 등을 놓고고민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의의 차명거래가 많은데 금융실명제법에 모두 넣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나중에 차명거래가 발견되면 처벌을 세게 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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