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 낙하산·노사갈등 반복…"지배구조 불안 탓">

입력 2013-07-31 06:09
KB금융지주와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은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교체될 때마다 어김없이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세간에서 논란이 되는 인물이 회장·행장으로 선임되고, 노조는 출근 저지로 맞서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갈등의 배경에는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는 취약한 지배구조,합병 후 화학적 결합의 실패, 노조의 정치세력화 등이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때마다 반복되는 '낙하산'·'관치' 논란 국민은행 노사 갈등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기 전인 2000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내고 퇴임한 김상훈 당시 국민은행장을 두고 노조는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으로 규정해 12일간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국민·주택은행이 합쳐지고 KB금융이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고 나서도 이런악순환은 계속됐다.



2008년에는 황영기 당시 KB금융[105560] 회장과 김중회 KB금융 사장이 45일간출근을 저지당했다. 이때도 '낙하산'과 '신(新) 관치금융'이란 말이 나왔다.



황 회장에 대해선 삼성 비자금 조성으로 논란이 일었는데도 정권의 비호 아래회장에 임명됐다고, 김 사장에 대해선 금감원 부원장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황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고 2010년 임명된 어윤대 회장 역시 '낙하산'이라는굴레를 썼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MB 인사'라는 것이다.



이번에 후임 회장이 된 임영록 회장은 국민은행에 몸을 담았지만, 대부분 경력이 경제 관료라는 점에서 '관치금융'이란 비난을 받아 10일간 출근이 저지당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 역시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잠시 지낸 것을 제외하면 엄밀히말해 외부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이 행장의 경우 부친과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 또는 현 정권의 최고위 실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1일 "이 행장은 국민은행의 고질적인 파벌 문화를 종식하고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적임자로 평가받아 선임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내편 네편' 여전…"주인없는 금융회사 한계" KB금융과 국민은행이 매번 홍역을 치르는 이유는 한 가지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는 국민·주택은행이 합병된 이후에도 여태껏 미완의과제로 남은 화학적 결합이다.



이른바 Ƈ채널'로 불리는 국민은행 출신과 ƈ채널'로 불리는 주택은행 출신의상호 배타적인 문화와 자리 나눠 먹기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출신으로서 처음 행장이 된 민병덕 전 행장의 경우 자신을 따르는 1채널 측근을 중용했고, 2채널은 전면 배척당했다.



최근 인사에선 2채널이 득세했다. 어 전 회장, 민 전 행장은 물론 행장 자리를놓고 막판 경합한 최기의 KB카드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인물은 모두 배제됐다.



금융권의 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이 행장이 균형 안배에 실패했다"며 "국민과 주택의 균형이 깨지고, 주택 출신으로 핵심 포스트가 짜였다"고 지적했다.



더 본질적인 문제로는 KB금융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꼽힌다. KB금융은 '주인 없는 금융회사'이다 보니 정치적인 외풍에 심각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합병 은행의 '끼리끼리 문화'를 엄금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이런 노력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영향을 받아 고위층 인사가 이뤄졌고, 여기에 줄 대는 문화가 형성돼 이런 갈등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정치화, 지나친 강성 노선을 문제로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사 개입을 목적으로 새 경영진이 들어설 때마다 '길들이기'를 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박병권 현 노조위원장이 주택은행 출신이지만, 노조에는국민은행 출신이 많다"며 "이 행장이 인사를 밀어붙여 상황이 더 꼬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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