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 vs 금융안정'…배당 논란 재점화>

입력 2013-07-23 06:01
금감원 "한가롭게 배당잔치할 때 아니다" 제동



금융지주회사들의 주주배당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금융권의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지주사가 중간배당을 추진하자 금융감독원이 긴급 제동을 건 것이다.



이번 배당 제동은 경영에 여전히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직 지주 회장들이 막대한 배당 수입을 챙기는 데 대한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들은 배당에 대한 당국의 개입은 '주주 자본주의'의 가치 훼손이라며 내심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정권 출범 이후 대폭 물갈이된 지주 회장들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이 아니냐는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금감원 "어려울 때 대비하는 게 감독의 기본" 금감원이 금융지주의 중간배당에 제동을 건 명분은 올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 앞으로도 상황이 썩 좋아질 개연성이 적다는 점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3일 "저성장·저금리 기조에선 당연히 과도한 배당을 하지 않고 내부에 자본을 유보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건전성도 높여야 한다"며 "항상 어려울 때를 대비하도록 하는 게 건전성 감독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잘 나갈 때 '돈 잔치'를 벌이다가 경제가 어렵고 자금 사정이 급해지면 국민 세금에 손을 벌리는 고질적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목적도 있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얌체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금융회사의 배당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주주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금감원은'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강경한 태도다.



올해 은행의 수익 여건이 나빠지자 '수수료 현실화'를 먼저 꺼내 든 금감원으로선 금융회사의 자구노력도 압박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지주사 회장의 급여 반납·삭감이 잇따르는 가운데 은행원 급여 체계를 손보겠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 금융사들 길들이기라는 분석도 금감원이 금융지주사 회장의 급여 반납·삭감에 더해 배당까지 제동을 걸자 금융권에선 정권 초기 지주사 회장에 대한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라응찬(신한금융), 김승유(하나금융), 이팔성(우리금융), 어윤대(KB금융) 등 전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권이 호황을 누린 2010~2012년 수십억원의 급여 외에 막대한배당 수익을 따로 챙겼다.



이들이 재직 당시 보유한 자사주는 각각 20만5천주, 16만5천주, 7만2천주, 3만1천주다.



20만5천주를 보유했던 라 전 회장은 퇴임 이후 보유 주식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매년 주당 700~750원의 배당으로 해마다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짭짤한 배당수입을 받을 수 있다.



김 전 회장도 같은 기간 주당 450~700원의 배당을 받아 연간 배당 수입이 최대1억2천만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두 전직 회장은 비록 퇴임한 지 2~4년이 지났음에도 그룹 내 영향력이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과 어 전 회장은 보유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역시 연간 수백만~수천만원의 배당수입을 챙기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상황이 안 좋은데도 고배당을 강행하면 전직 회장들의 은퇴 이후 생활비를 대준다는 비난을 살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논란 매년 되풀이…"일률적 개입은 부적절" 금융지주사의 배당을 둘러싼 논란이 금융권에서 처음 불거진 이슈는 아니다.



해마다 지주사 배당을 두고 어떻게든 배당액을 늘리려는 지주사와 이를 억제하려는 당국 간에 줄다리기가 반복됐다. 지주사끼리 얼마나 배당할지 서로 눈치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당을 두고 금융지주 회장과 감독당국이 맞부닥친 사례도 있다.



어 전 회장은 지난해 초 "작년도(2010년 회계연도) 배당액이 적었기 때문에 올해는 최대한 많이 하겠다"고 고배당 방침을 밝혔고, 금감원은 금융지주에 향후 배당근거로 삼을 '자본적정성 5개년 운영계획'을 만들어 내도록 압박했다.



결국 은행의 '적절한 이익과 배당'의 수준, 배당에 대한 당국의 직·간접 개입의 적절성 여부 등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런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여지를 갖고 있다.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높다 보니 과거보다 배당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은행의 수익이 반 토막 났다는 이유로 배당을 억제할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당은 투자에 대한 대가이고, 배당은 다른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일률적으로 자제하도록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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