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어업 세금감면도 정리대상…'성역' 사라지나>(종합)

입력 2013-07-21 10:16
<<세법개정안 발표 일정 추가>>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정부가각종 국세감면 제도의 가지치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일단 지원 타당성이 떨어지는 제도를 정비해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각 부처가 내놓는 대책마다 세제혜택을 골자로 하고 있어 비과세·감면 정비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탈세 '온상'이던 농림어업 세금 감면 정부는 '면세농산물 등 의제매입세액 공제특례' 등 각종 농림어업 지원제도를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때 '성역'으로 여겨졌던 농림어업 관련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은 정부의재정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는 농산물을 가공·판매하는 사업자가 농산물 등을 사는 데 들인 구입비 중 1.96~7.41%를 깎아주는 제도다.



1만800원어치의 농수산물(면세)을 사서 조리해 1만6천500원에 팔았고 부가세 신고시 매출세액이 1천500원으로 산정됐다면, 의제매입세액공제에 따라 800원(매입가1만800원×7.41%)을 뺀 700원만 최종 세금으로 내면 된다. 연간 조세지원 규모가 2조원대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식당에서 농산물을 실제로 사지 않고도 구매증명서를 위조해 세액공제를 받는 사례가 있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공제율을 낮추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감면'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8년 이상 스스로 농사를 지은 농지를 팔 때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상시 농업종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혜택을 받고 있어, 지난해에만 1조911억원이 지원됐다. 도입 목적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밖에 '농·임·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면세유)', '농업·축산업·임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도 매년 상당한 조세감면액이 불법적 통로로 사라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비과세·감면 공청회에서 농림어업인 등 취약계층엔세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거둬 직접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농림어업 비중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불과하지만, 비과세·감면혜택에선 전체의 17%를 넘으므로 균형잡힌 조세지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책목표 달성한 조세감면제도는 역사 속으로 올해 일몰이 도래한 '기업의 어음제도개선을 위한 세액공제', '재활용폐자원에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 '해외자원개발투자에 대한 과세특례', '연구 및 인력개발 준비금 손금산입(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지만, 세법 회계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방식)' 등은 원칙적으로 종료된다.



기대했던 정책목표를 이룬 것은 일단 종료하고, 제도 운영과정에서 예상치 못한결과가 나온 제도는 다시 설계한다는 취지에서다.



기업의 어음제도개선을 위한 세액공제는 중소기업에 지급한 구매대금 중 현금성결제로 지급한 금액의 0.15~0.5%를 세액공제 해주는 것으로, 정책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000년 44.2%에 불과하던 현금성 결제비율은 2011년 92.2%로 높아졌다.



재활용폐자원 부가세 매입세액공제는 취득가액의 5.7~8.3%를 환급받을 수 있는제도다.



환경보호와 자원 절약을 위해 도입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고차 거래상이나 폐자원 수집·판매자들의 소득보전 기능을 해왔다.



'폐광지역 카지노에 대한 개별소비세 저율과세'도 도마 위에 오른다.



이제까진 폐광지역 카지노를 이용할 때 내국인은 1회 입장시 개소세를 3천500원으로, 외국인·해외이주자는 2천원으로 낮춰 운영했지만, 일반 카지노의 개소세가 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전자신고 제도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했던 '전자신고에 대한 세액공제'는2011년 전자신고율이 법인세(97.5%), 소득세(87.8%), 부가세(80.3%) 모두 상당 수준에 오른 만큼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은 과도한 이중혜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 투자자는 법인세액을 3~5년간 100%, 다음 2년간 50% 감면받아 배당 가능이익도 늘어난다. 여기에 배당소득 감면제도가 또 한 번 적용되면 추가로 감면을 받게 되므로 내국인과 과세형평성에 어긋난다.



정부는 이런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오는 8월 초 발표할예정이다.



◇비과세·감면 정리 현실성은 그러나 비과세·감면 정비의 성공 가능성에는 회의론도 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44개 비과세·감면 항목을 모두 없애도 절약할 수 있는돈은 1조7천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진정한 세수 확보 대책이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재부 세제실은 정책에 힘이 실리는 정권 초기에 불합리한 비과세·감면을 털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경기 회복 대책이 대부분 세제지원을 골자로 한다는점이다.



상반기에 정부가 내놓은 Ƈ단계 투자활성화 대책', '벤처·창업 자원생태계 선순환 방안', '일자리 로드맵' 등은 소득공제 비율을 확대하고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조세감면을 늘리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발표된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 ƈ단계 투자활성화 대책', '관광활성화대책'도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호텔부지에 취득세·재산세를 감면하는 등 세수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큰 정책이 줄줄이 담겼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비과세·감면 정비로 5년간 15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굵직굵직한 감면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각계각층의 반발과 로비를 견딜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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