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움직임 내용 추가>>지방 SOC사업 놓고 중앙-지방 갈등 불거질듯중앙정부 "수정·축소", 지방정부 "원안 추진"
새 정부의 지역공약 이행계획 중 27개는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이 가운데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10개 중9개는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방 SOC 공약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도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정부는 '원안 추진'을 강력히주장하고 있어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지역은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 '타당성 부족' 결론에도 '다시 한번 더…' 경기도 이천과 충청북도 충주, 경상북도 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선철도' 계획은지난 2002년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 2005년부터 단선철도로 추진됐다.
이후 이천∼충주 구간부터 기본·실시설계 등이 진행되던 중 2011년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복선화를 요구하자 정부는 이를 반영해 변경한 사업 계획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의뢰했다.
재조사 결과 중부내륙선철도 복선화의 경제성 분석(B/C)은 0.29 안팎, 종합평가(AHP)는 4.01이었다. B/C는 1.0 이상, AHP는 0.5 이상일 때 사업이 가능하다. 사업추진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결론난 것이다.
전라남도 여수시와 경상남도 남해군을 잇는 '한려대교' 사업 계획은 지난 2002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이 났지만 2006년 여수세계박람회를앞두고 다시 한번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다.
재조사에서 두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B/C는 각각 0.045, 0.108로, AHP는0.312로 경제적 타당성 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이전과 같은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모두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106개 지역공약 이행계획 목록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 중앙·지방 갈등 불가피할 듯…'포퓰리즘' 논란도 정부는 지역공약들을 확실히 재조사해 축소·수정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해당 지자체와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 주민들은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원안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010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이 낮다는 결론이 났던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의 경우 이번 지방공약가계부에 다시 포함됐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으면 사실상 무산될 것이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에꼭 필요한 사업이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정부의 지역공약 이행계획이 포퓰리즘으로 흘러 무리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은 권역별 모임을 꾸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지역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번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대해 "국민과 약속한 지역공약은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구체적인 안을 만들 때 당과 협의해서 지역공약을 지킬 수있도록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대한 원안 추진' 방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재부는 지역공약 이행계획 발표 당시 "타당성이 낮은 경우 사업의 효과성 및지역균형 발전을 고려해 재기획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무리한 추진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넉넉지않은 국가 재정 형편에 이런 분위기까지 조성돼 곤란한입장이다.
◇수정안 선회하거나 원안 추가 설득 나서기도 원안 추진이 어려운 지방 공약의 경우 지자체가 나서 경제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천~충주~문경 철도사업에 대해 "복선을 전제로 하되 일단 단선으로 추진하고 향후에 추가로 하자는 것"이라면서 "단선 계획을 복선으로 바꾸는과정에서 1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 만큼 규모를 줄여서라도 빨리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철도 사업은 당초 단선을 전제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복선으로수정 추진되면서 타당성을 충족하지 못한 바 있다.
여주-원주 복선 전철의 경우도 복선을 전제한 단선을 대안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안고 있는 일부 지자체는 원안 추진을 읍소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사례도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광주-완도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보고 결과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면서 "다만 낙후 지역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사업필요성을 재차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곶~판교 복선전철, 인덕원~수원 복선전철과 연관된 지자체들도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민단체와 연동해 해당 SOC 사업 필요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공사타당성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KDI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로 진행한 바 있다.
◇ 전문가들 "과감한 포기 필요하다"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둘러싸고 여러 비판과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철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잘라낼 사업은 잘라내는 '과감한 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KDI 아니라 중립적인 민간 기관도 타당성 분석에 참여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그는 "'놓은 공약은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등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면 '제2의 4대강 사업' 같은 재앙을 낳을 수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박완규 경제학부 교수는 "한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온것을 다시 조사해 같은 결과가 나오면 해당 지역에 양해를 구하고 포기해야 한다.
당연히 지역에서는 반발하겠지만 계속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앙정부 부채도 상당한 상황에서 지방 SOC 사업에 대해서는 이번기회에 원칙을 세워야 한다. 혜택이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지역에만 국한되는 사업이라면 선을 확실하게 그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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