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발권력 동원해 회사채 지원…적절성 논란>

입력 2013-07-02 11:43
금융당국의 회사채 지원대책이 가시화하자 한국은행 안팎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이 일부 사기업을 돕고자 발권력을 쓰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2008년에도 채권시장을 안정시켜 기업 자금조달을 돕고자 5조원을지원한 바 있다.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줄도산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채권시장의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연 리먼사태 때처럼 한은이기업들을 지원해야 할 만큼 경제상황이 심각한지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자칫 발권력을쉽게 쓰는 선례도 만들 수 있다.



◇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의 '물주'된 韓銀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조선·해운·건설 등 취약업종의신용경색 해소 방안을 내놓는다.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날 열리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새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인수한뒤 유동화하고 신용보증기금이 이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오르내린다. 지난 금융위기 때 출범했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역시고려 대상이다.



어느 경우가 됐든 한은은 재원조성ㅇ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회사채 안정화를 위해 한은뿐 아니라 관련 기관이 모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은법은 '자금 조달·운용 불균형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금융기관'(제65조)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영리기업'(제80조)에 긴급 여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국도 한은의 발권력을 회사채 안정 대책의 재원으로 삼고 싶어 한다. 재정난때문이다. 세수는 줄어드는 데 각종 지출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도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직접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며 "한국은행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韓銀 발권력 동원까지 필요한 상황인가 그러나 한은의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채안펀드가 나온 시점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채안펀드란 당국이 급등한 회사채 금리를 잡고자 2008년11월 내놓은 방안이다.



금융회사들이 10조원의 자금을 조성해 시중 채권을 사들였다.



당시 매입 대상은 회사채, 여신전문회사채권,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 등이며이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은 16조4천억원에 달했다.



반면, 현재 매입대상으로 거론되는 건설·조선·해운사의 올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4조4천억원에 그친다.



채권금리도 그렇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안전자산인 국고채 금리와 상대적으로위험자산인 회사채의 금리 차이는 벌어진다.



채안펀드가 발표된 2008년11월 24일 회사채 금리(3년·AA-)는 8.71%로 국고채 3년물 5.06%와 3.65%포인트 차이가 났다. 7월1일 현재 이 차이는 0.45%포인트(3.44%-2.99%)에 불과하다.



한은 내부에서도 반발이 감지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발권이 경제 전반에영향을 미치는 만큼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한은은 개별부문 지원에 나서지 않는것이 맞다"고 말했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준재정정책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도 "한번 발권력을 쓰면 앞으로 발권력을 써야 하는 부분이 무분별하게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11월에 금융위원회가 채안펀드를 한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한은의 독립성을 해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은은 이번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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