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행되면 당국이 내놓을 대책은>

입력 2013-06-23 07:03
'버냉키 쇼크'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예고된 변수였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신흥국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외화유출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원·달러 환율에 강한 상승(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급격한 외화유출에 따른 채권, 주식 등 자산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해놓고 있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지난 2007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를 되짚어 보면 당국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외환시장 구두개입→시장에 유동성공급→자본유출입 규제 등으로 강화되는 방식이다.



리먼 당시 당국은 외환보유액을 외화 스와프시장에 공급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해무역업체에 외화를 풀어 '당근'을 제공하는 한편, 외환딜링 부분에 불법거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는 등 '채찍'도 꺼내 들었다.



국내 수출업체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쌓아놓고 매도를 늦추는 '래깅'(Lagging) 전략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달러를 풀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갑작스러운 유동성 경색에 빠지자 긴급 유동성을 투입한 것처럼 한국 정부도 유동성 위기시 직접 돈을 풀 수도 있다.



지난 20일 중국 단기금리 지표인 상하이 은행간 금리 시보(SHIBOR) 1일물 금리가 12.85%로 폭등, 2003년 3월 금리 집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인민은행은 은행권에 500억 위안(약 9조4천억원) 규모의 단기 유동성을 긴급 투입한 바있다.



지금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뭄'이 들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달러 부족사태가 지속되면 원화조달도 어려워진다.



지난 5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천281억 달러로 세계 7위(4월말 기준)에 올라있어 실탄은 충분하다.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9월말 당시 2천396억달러에 비해 800억달러 이상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이 유출되거나,현재 1천100원대인 환율이 갑자기 크게 뛴다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주가가 조금 내리기는 했어도 이는 거쳐야 할 조정 국면"이라고 말했다.



한편,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는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경우 규제 강도를 높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유출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거시건전성3종 세트 도입이) 적절치 않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진정되고 한국의 투자매력도가 높아져 자본유입이 본격화하는 시기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제공조 강화에도 나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19~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스필오버(Spill-over)' 보고서를 제출한다.



스필오버 효과는 한 영역에서 일어난 경제현상이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신흥국으로 유입돼 달러가 많아지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고 국제원자재 가격은 올라가 경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멕시코 G20재무장관회의에서 신흥국을 대표해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것을 제안, G20이 받아들인 바 있다.



보고서는 버냉키 의장이 밝힌 양적완화 축소계획과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비관적-낙관적-기본 시나리오별로 그려낸다.



유광열 기재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IMF 스태프들이 미국·유럽연합(EU)·일본등의 양적완화 결과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있다"며 "보고서는 G20 회의 전에 공개되며, 이를 토대로 각국이 양적완화 대응에 관해 합의한다면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외화자금시장의 '안전판'인 지역금융안전망도 더욱 촘촘해진다.



지역금융안전망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이 외부 충격에 대비해 공동 재원을조성하고, 회원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국은 아시아를 아우르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에 속해 있다.



기금 규모는 2천400억달러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지난 6~7일 G20 차관회의에서 지역금융안전망간 대화 채널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지역금융안전망간 교류가 활발해지면 유로안정화기구(ESM), 라틴아메리카기금(FLAR) 등 다른 기구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향후 공동펀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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