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출시 석 달…'고정금리'로 열기 되살릴까>

입력 2013-06-05 07:36
"첫 한 달 이후엔 일주일에 한두명이나 왔을까요? 요즘은 찾는 고객을 통 못 본 것 같은데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한 시중은행 영업점) 18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출시 석 달(6일)만에 찬밥 신세다. 새 고객이 없어서다. 은행들은 적극적인 판촉을 중단했다. 일부영업점에는 재형저축 현수막이 사라졌다.



이에 당국이 수요창출에 나섰다. '금리구조를 다양화하라'고 은행에 주문한 것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이르면 7월부터 '고정금리' 재형저축을 내놓는다. 다른 은행들도 현재 검토 중이다.



◇ 고정금리 재형저축 나오는 이유는 지난 3월6일 16개 시중은행이 앞다퉈 출시했던 재형저축은 하루 만에 30만 계좌가 팔렸다. 은행엔 200억원이 몰렸다. 고객확보 경쟁도 치열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과당경쟁을 자제하라고 제동을 걸 정도였다.



3월 한 달만 130만6천345계좌(해지구좌 미포함)가 나갔다. 그러나 누적 판매량은 4월 161만3천765계좌(〃)로 주춤하더니, 5월 165만3천553계좌로 제자리걸음 했다.



한 은행 영업점 직원은 "정기적으로 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계좌를 굳이 해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사실상 4월 이후로 신규가입이 정체상태란 얘기다.



재형저축은 애초 당국 주도로 부활했다. '서민의 재산형성을 돕는다'는 이유에서다. 4%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데다 만기 7년 중 3년의 고정금리를 보장했다.



은행으로서는 금리변동 리스크가 컸다. 가령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5월, 2.75%→2.50%) 재형저축의 금리는 출시 당시 그대로다. 사실상 정부 발(發) 상품인 만큼 금리엔 손을 못 댔다. 손해를 보는 만큼 은행의 판매 유인은 떨어졌다.



열기가 식는 데에는 소비자의 변심도 한몫했다. 재형저축은 중도해지하면 세금감면도 못 받고 이자율도 기본금리 절반 이하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이율이 1~2%대에 불과해 다른 예금상품보다도 오히려 열등하다.



마찬가지로 3년 안에 금리수준이 올라갈 위험도 있다. 예금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당국 관계자는 "(소비자선택권 관점에서 당국으로선) 다양한 상품이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정금리 재형저축, 서민 재산형성 도움될까 고정금리 재형저축이 나오면 금리는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은 3%대 초반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7년이라는 기간에 금리가 오르내릴 위험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재형저축 금리는 4%대 초중반에 형성돼 있다.



7년 내내 고정금리가 아니라, 3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나머지 4년은 그 시점에서 알맞은 고정금리를 다시 적용하는 상품도 검토된다.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부 은행은 최저금리 수준을 보장하는 상품을연구 중이다. 이 역시 당국이 주문한 '다양한 상품'에 해당한다. 다만, 이 경우 이율은 '초저금리'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장기고정금리 상품이 재형저축의 목표인 '서민 재산형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고정금리 상품이 출시되면 좀 더 나을 수있지만 재형저축만으론 부족하다."며 "외국처럼 서민이 저축하면 일정 비율을 비례해 국가·민간재원으로 적립해주는 '매칭펀드'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재산 형성에 중요한 것은 새 저축상품이 아니라 소득개선이란 분석도 있다.



한 취업정보 회사가 4월 직장인 434명을 조사한 결과 연봉이 3천만원대 응답자의 재형저축 가입률은 42.9%, 4천만원대는 40.5%였지만 2천만원 이하는 17.8%에 그쳤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재형저축으로 가계의 저축 유인을 높일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가계 소득을 높이는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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