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일본 엔화가치가 빠른 속도로절하하고 있지만, 정부가 행동에 나설 시기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히려 일본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날 때의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경제'라는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전 시점까지 생각했을 때 달러 당 100엔을 막 돌파한 엔화환율은 심각한 엔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1995년 가을부터 2008년 가을까지 13년 동안 엔화는 한 번도 달러 당 100엔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며 "2008~2012년 달러 당 70엔까지 내려간 초유의 엔고 기간과 비교하면 이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관점에서 최근 엔화절하를 두고 '엔저의 공습'이라며 특단의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신중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의 엔화환율 절하는 정책대응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아베노믹스 이후의 일본 경제라고 봤다.
가령, 아베노믹스의 목표대로 일본 경제가 2년 뒤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면이에 따라 명목금리도 오르게 된다.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박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1%포인트 상승해도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하는 이자 지급액이 소요되는데 이는 일본 국세의 2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라며 "특단의 세제 개혁 없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 수준인 GDP의 11.5%로 늘어나지만 재정건전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없다"며 "아베노믹스가성공해도 재정건전성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재정상태 악화로 한두 차례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면엄청난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가령 일본 금융기관이 국외투자자금을 회수하며과거 한국에 닥쳤던 외환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재정건전화 복안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한국정책 당국은 일본의 재정위기와 그에 따른 파급 효과에 대비하는 것이 원화절하 요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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